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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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의 신 시바, 유지의 신 비슈누

2023-10-18 (수)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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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을 피하고자 가명으로 인물 3명의 신세타령을 소개하고자 한다.

갑순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공사장에서 불도저를 운전하는 기사와 결혼하였다. 그러나 행복한 결혼 생활도 잠시였다. 공사장에서 사고를 당해서 반신불수가 되었고 매일 술타령으로 세월을 보내는 바람에 갑순이는 아기를 키우면서 파출부로 어렵게 살고 있다.

을순이의 남편은 경주 최씨이다. 그리고 고향이 최씨 집성촌이기에 그곳에서는 항상 국회의원을 배출했었다. 그런 관계로 그의 남편은 최씨 국회의원의 비서로 지내기도 했고 또 그 지역 지방의회의원으로 출마해서 한번 당선된 후 소위 정치꾼이 되었다. 그러나 근래의 와서 지방 토호 세력이 국회의원을 지낸다는 세월이 지났건만 그는 아직도 정치에 손을 못 떼어 그 후 여러 번 지방의원에 출마하였건만 연거푸 낙선해서 패가 망신했다. 하지만 한번 지방의원에 맛을 들여서인지 출마하느라고 논까지 팔아먹는 바람에 을순이가 홍삼이다, 꿀이다 하며 지방 특산물을 파는 행상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


병순이는 친구들 중 공부를 제일 잘해서 그곳 건축 중견회사의 경리로 취직해서 일 하다가 그 부서의 경리부장에 시집을 갔다. 그래서 그런대로 잘 지냈나 했더니 어느 해 부동산 불경기에 회사가 부도가 나고 사장과 자기 남편은 감옥에 갔다. 그래서 병순이는 그곳 한 향토특산품 회사에 경리로 일하면서 남편 옥살이 뒷바라지하느라고 고달픈 생
활을 하고 있다.

한 동네 한 학교 같은 반으로 짝꿍들이 되어 재잘거리며 놀던 그들이었지만 10년도 안 되어 이제는 만나면 술타령만 하며 세상을 증오하는 단계까지 온 것 같다.

그러다가 언젠가 부터 그들은 서울로 가서 반정부 데모에 끼어들어 소리를 꽥꽥 지르며 스트레스를 푸는 버릇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한걸음 더 나아가 이재명 민주당 당수 단식 농성 텐트에 가서 절을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재명은 그들에게 일종의 역설적이지만 그들의 우상이었다. 공장에서 막노동 하면서 고시 패스해서 변호사 자격증을 따는가 하면 형수에게 쌍욕을 마구 해대고, 여배우와 스캔들도 벌이고, 전과 4범에다가 같이 해외에서 골프치고 낚시도 했으면서 본적이 없다고 잡아떼는 그의 모습에서 뻔뻔함을 넘어 전율하는 카타르시스를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은 세상에서 그들 나름대로 선량한 시민으로 살려고 몸부림 쳐 보았다. 그러나 사회의 규범, 질서, 소위 상식의 굴레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인도의 신화를 생각했다. 창조의 신 브라호마가 세상을 창조하였다. 그러나 얼마 세월이 지나니 세상이 진부해졌다. 변화가 필요했다. 파괴의 신 시바가 세상을 파괴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질서의 신 비슈누가 새 세상을 만들었다.

이것이 내가 서울에서 들은 이야기를 드라마타이즈(dramatize) 한 것이다.
결코 바람직 하지 않은 그들의 의식구조이나 슬프게도 현 한국의 세태이다. 오히려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현 정부가 많은 사람에게 인기가 없다. 참으로 바람직 하지 않고 답답한 한국의 현실이다. 걱정스럽다.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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