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월
2023-10-15 (일)
이중길 / 포토맥 문학회 VA
뒤뜰에 홀로 서있는 감나무
휘어진 나뭇가지에
빨간 홍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아직도 작은 텃밭에는 고추, 가지나무가
푸른 하늘을 안고 서있다
지난여름 가뭄에 몸살하던 고추는
가을 햇빛을 받아 입맛을 즐겁게 하고
된장 고추장 듬뿍 찍어 입에 넣으면
얼굴이 뜨거워지는 가을이 뜬다
지난봄 감나무는
다람쥐의 놀이터가 되었었지
붉은 감을 물고 헤매는 고추 밭에
우뚝 서서 다시 쳐다보는 다람쥐 얼굴들
세어보는 감의 얼굴처럼 산수가 헷갈린다
다람쥐 하나, 감 둘, 감 셋
어쩌면 내 나이 속의 환각일까
다람쥐를 탓하는 소리에 놀라
감나무에 앉아 있는 까마귀는
까악까악 나를 비웃고 있다
다람쥐는 슬며시 내 눈을 피해 사라진다
내 산수에 환시를 주는 가을
다람쥐는, 까마귀는
나의 시월을 훔쳐가고 있다
<이중길 / 포토맥 문학회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