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안 움직인다
2023-10-12 (목)
서윤석 워싱턴문인회, VA
개구리를 잡아 돌멩이에 매달아 연못에 던지다던가
잠자리 양쪽 날개를 떼어 버리던가
마이애미 플로리다의 바다돌게를 잡아서 두 엄지를 잘라 도로 바다에 던지던가
하는 것은 오히려 자비이다
사망의 골짜기를 헤메일지라도 두렵지 않으리라
NFL선수가 볼을 끼고 쏜살같이 터치다운 라인으로 달리다가
방어팀한테 부딪처서 쓰러진 후
목뼈가 부러져서 마비되어 실려 나가는 것보다
사망은 오히려 자비이다
그날은 쉽게 일어난 단순한 사고였다
사다리에 올라섰다가 뒤로 넘어져서 일어난,
정신은 멀쩡한데 비명만 지를 수 있었던 그 저녁 후
사지가 마비된 십사 년간의 재활 병상
아! 아내와 가족들의 고통과 간절한 중보 기도도 헛되게
이제 눈마저 안보인다
나이 든 탓이겠지
그래도 아직 삼키고 숨 쉴 수 있다
소리를 듣고 말을 할 수 있다
꿈 속에선 소년이 되어 야구도 배구도 하면서 뛰어논다
깨어나면 닦을 수 없는 눈물
찬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새가 울기 시작한다
쓰레기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아마도 새벽이 된 모양이다
또 긴 하루의 시작이다
이제 그만 파리도 못잡는다는 독수리 되어 날아가고 싶다
무거운 이 휠체어를 누가 밀어다오
바다가 출렁이는 절벽 앞으로
파도 소리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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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석 워싱턴문인회,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