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 외곽에서 작은 ‘스트립 몰’ 상가를 소유하고 있는 박모씨는 테넌트 업소들의 렌트 미납, 홈리스 퇴거, 지붕 보수 공사 등 상가 운영에 따른 일상적인 고충 외에도 요즘 새로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노점상, 특히 음식 노점상(푸드 벤더) 문제다. 박씨 상가 입구 앞에도 6개월 전부터 한 푸드 벤더가 들어서더니 이제는 각종 잡화를 파는 노점상과 또 다른 푸드 벤더 등 3개 노점상들이 진을 치고 있다.
노점상들이 들어서면서 10여개 남짓한 주차장도 툭하면 이들 노점상 밴과 노점상 고객 차량이 주차하면서 정작 상가 고객들은 주차를 할 수 없어 포기하고 돌아간다. 노점상들이 들어서면서 옆에 텐트를 친 홈리스들까지 등장했다.
급기야 상가에서 도넛·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는 캄보디아계 업주는 노점상들로 인해 매출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며 박씨에게 렌트비를 깎아줄 것과 주차와 치안 문제를 단속할 경비원 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5개 업소들의 렌트비를 받아 론 페이먼트와 보험, 청소비용 등 각종 비용을 내고 나면 월 수천달러를 손에 쥔다는 박씨는 월 렌트를 수백달러 깎아주겠다고 업주를 달래고 있지만 경비원 배치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경비원을 주 7일, 하루 8시간만 배치해도 월 6,000달러 이상이 나가기 때문이다.
푸드 벤더들은 주말에는 새벽 2,3시까지 영업하는데 월요일에 상가를 가보면 상가와 주변이 온통 음식 쓰레기와 식기, 식용유 등 오물로 뒤덮여 있다. 푸드 벤더들이 진을 치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쥐와 바퀴벌레들도 보인다. 그래서 상가 청소를 주 2회에서 주 4회로 늘렸는데 청소비용도 당연히 두 배로 늘었다.
박씨는 이들 노점상들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만을 바라고 있지만 이 지역이 히스패닉 주민을 중심으로 유동 인구가 많아 장사가 잘 되는지 꿈쩍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박씨는 많은 영세 상가 소유주들이 비슷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점상 문제는 비단 상가 소유주와 입주 업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주민들도 불안감과 불만, 불편함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이다.
LA 한인타운 버몬트 애비뉴, 올림픽 경찰서 건너편에 밀집해 있는 노점상들은 LA 시가 직면한 심각한 노점상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본보도 여러 차례 보도하고 주류 언론들까지 취재를 하는 이 지역의 주민들은 노점상들로 인한 환경 악화와 안전, 치안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노점상들이 인도를 막아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로 내려가 걸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고객 차량들이 버젓이 노점상 앞 도로에 주차를 하는 등 도로와 주차장의 진입을 막고, 쓰레기와 기름을 거리에 버린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홈리스들도 인근에 텐트를 치면서 단체 노숙하는 등 지역이 삶의 질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일부 노점상들이 공공장소에서 소변을 보기까지 하면서 눈살이 찌푸려지고 타운 미관을 해치는 것이 극에 달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지역에 사는 한 한인 여성은 노점상들이 낮부터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다 보니 소음공해가 심하고 밤에는 홈리스들이 노점상 인근에 어슬렁거리면서 신변에 불안감까지 느낀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노점상을 대상으로 한 무장 강도 범죄도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 7월에는 윌셔와 웨스턴 애비뉴에서 자정이 조금 지나 푸드 트럭 고객 간에 총격사건이 발생해 남성과 여성이 중상을 당하기도 했다.
LA시가 2020년부터 노점상 규제를 사실상 없앤 새 조례를 시행하면서 이들 노점상들은 291달러를 내고 영업 허가증을 받아야하고 위생국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 등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하지만 상당수 노점상들이 무허가로 영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위생국도 식당 단속을 해야 하지만 노점상 단속은 손을 놓고 있다. 이는 경찰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LA시 내 노점상과 푸드 트럭은 2015년 5만개에서 현재는 10만개에 육박한다는 추정이다.
미국 대도시 시정부 차원에서 이렇게 노점상을 전면 허용한 전례가 없다.
주류 정치 경험도 있는 한 한인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미국식 ‘머릿수 민주주의’의 한 단면으로 히스패닉 인구가 많고 히스패닉 정치력이 막강한 LA이니까 가능했다”며 “기본 민주주의 원칙, 주민 안전, 힘들게 렌트와 세금을 내고 장사하는 상인들의 고통 등을 고려할 때 좀 더 신중하게 실시돼야 했지만 이 모든 것이 정치 이익과 계산 앞에서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것이 작금 LA의 현실이다. “얼마나 힘들면 생계를 위해 노점상을 운영해야 할까”라고 단순하게, 연민을 가지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홈리스 사태와 이제는 노점상 문제까지 겹치면서 LA에서 일하고 거주하는 것이 갈수록 짜증나고 괴로운 것은 비단 기자만의 심정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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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