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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안개 속으로 빠지고 있는 미국의 지도부

2023-10-10 (화) 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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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753년에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해서 244년동안 7왕들이 통치를 하고 기원전 509년 공화정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여전히 이탈리아 반도를 넘어서지 못하다가 기원전 264년부터 146년까지 카르타고와 1,2,3차에 걸친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로마는 지중해를 넘어 본격적인 팽창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3년에 걸친 3차 포에니 전쟁으로 농사를 지어야 할 시기를 놓친 로마의 시민군들은 폐허가 된 토지를 귀족들에게 팔 수 밖에 없었고 전쟁 승리의 전리품인 노예와 토지는 고스란히 귀족들의 몫이 되었다.

기원전 133년 호민관에 선출된 티베리우스 그라쿠스는 군중들 앞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로마를 떠도는 짐승도 모두 몸을 숨길 토굴을 가지고 있지만, 로마를 위해 싸운 용사들은 공기와 태양과 빛밖에는 가진 것이 없다“ 라고 하면서 토지를 잃은 저소득층을 위하여 농지법을 제출했다.


티베리우스의 농지법은 전쟁으로 획득한 국유지에 대한 관리를 개혁하는 것이었는데, 이에 반발한 강경파 원로원들이 포로 로마노 한복판에서 티베리우스를 살해했다. 그리고 11년후 티베리우스의 동생 가이우스 크라쿠스도 호민관에 당선이 되어 형이 못다한 농지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가이우스도 원로원의 지원으로 당선된 집정관 오피무스에 의해 쫒겨다니다가 자살을 하고 그의 지지자 3,000여 명이 모두 처형당했다.
마침내 기원전 44년 율리우스 시저마저 암살이 되자 그의 양자 아우구스투스가 제정을 설립하면서 로마의 공화정은 446년만에 끝난다.

로마제국의 시민들은 더 궁핍해지고 원로원과 권력자들은 부와 권력을 이용하여 군대마저 사병화 하였고, 시저의 호칭을 붙이는 제국도 네로 황제를 마지막으로 112년만에 막을 내렸다. 그리고 황제자리를 놓고 수많은 정변이 일어나면서 로마의 지도부는 자신들의 욕심으로 끊임없이 분열하였다.

결국 중앙권력은 힘을 잃어갔고 게르만족을 비롯한 여러 부족들이 만만하게 여겨 침략을 했다. 그리고 각 지역에 자리를 잡은 귀족과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왕국을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동서로 나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로마제국은 무너지게 된다.

미국의 최고 의정 기관인 연방하원 개원 234년만에 권력순위 3위인 하원 의장이 사상 처음으로 같은 공화당의 강경파들에 의해 탄핵이 되었다. 하원이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10월 1일 정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자 정부기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하여 메카시 의장이 민주당과 타협하여 45일짜리 임시 예산안 처리를 한 것이 강경파가 탄핵을 한 이유다.

이로써 다수당인 공화당내 온건과 강경파의 대립은 더욱 심해졌고 과연 언제, 누가 새로운 하원의장으로 선출이 될지 미 하원은 그야말로 안개속 정국으로 빠져 들어갔다.
2024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바이든 현 대통령의 재대결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또한 유럽에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아시아에서는 중국과의 대결, 국경의 남쪽에서는 수십 만의 난민들이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다. 그리고 미국 내부는 빈부, 이민, 낙태, 동성애, 인종혐오 등으로 진보와 보수가 반반으로 분열이 되어 있고, 물가는 그칠 줄 모르고 날뛰고 있는 상황에서 공화당 강경파의 대안없는 비타협적 정쟁이 자기당의 리더십을 흔들었고 결과는 의회 지도부 공백을 만들어 미국을 표류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의회는 아무리 입장이 다르다 해도 합의를 해야만 하고, 대통령 선거가 아무리 치열해도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에 승복하지 않는 일이 발생하여 의회에 폭력적으로 난입하고, 의회에서 합의를 했다고 의장을 탄핵하는 초유의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지도부의 분열은 분열을 낳고 결국 중앙권력이 사라지게 만든다. 미국의 시민으로서 이 문제는 심각하게 보아야 할 것이다. 강경파들이 더이상 대안없는 파국을 만들지 못하게 지역의 유권자들이 자신의 지역구 의원들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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