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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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난 무국적아동들

2023-10-04 (수) 안호용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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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에 전세계적으로 퍼진 코로나19의 대유행은 미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들이 국경을 걸어 잠그게 만들었다. 몇 개월이면 종식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코로나19 대유행은 3년 동안이나 지속이 되었고 올해인 2023년 초가 되어서야 대부분의 국가들이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면서 국경을 열기 시작하였고 현재는 다시 전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3년 동안 지속된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우리의 많은 일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두드러진 사회 현상으로 더욱더 심하게 고착화된 것은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된 ‘빈익빈부익부’의 현상이다. 이는 대외적으로는 국경을 걸어 잠금으로써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고 대내적으로는 대인 접촉을 제한함으로써 이와 관련된 사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어떻게든 사업을 지탱해보려고 하다가 폐업을 할 수 밖에 없었을 뿐만 아니라 천문학적인 빚만 떠안게 되면서 빈곤층으로 전락한 인구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또한 한국에는 불법체류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무국적아동들이 수만명이 된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한국도 세가지 기피업종(3D: Dirty, Dangerous, Difficult)으로 구별되는 직업에는 취업을 기피하기 시작하였으며 그 빈자리를 외국인들이 채우게 되었다. 2022년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230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불법체류자들도 4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국적아동들이 늘어나게 된 것은 미국은 체류신분과 상관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자동적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하게 하는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지만 한국은 부모 중 한사람이 한국인이어야만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속인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무국적아동들은 제도권 밖에 있기 때문에 보육은 물론 의료 및 교육 등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지금부터라도 동포사회의 많은 한인교회들이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의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좀더 깊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이들이 국적과 상관없이 빈곤이 가져다주는 피할 수도 없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방비로 당하게 되는 소외와 고통과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선교사를 파송하여 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기를 바란다.

나는 많은 동포사회의 한인교회들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해외의 개발도상국들로 선교사를 파송하여 역할을 하게 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한국에도 도움의 손길을 보낸다면 싱글맘으로 먹고 살기 위한 돈을 벌러 나가야 하므로 유아원에 아이를 맡길 수 없어서 아무런 대비없이 홀로 집에 남겨져야 하는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갓난아이나 맞벌이부부로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낼 수 없어서 밤늦게까지 거리를 배회할 수밖에 없는 미취학아동들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한인교회들뿐만 아니라 동포사회의 단체들이나 기관들과 개인들도 동참하여 모금활동을 하거나 후원활동을 하는 등 십시일반으로 힘을 보태 한 마음 한 뜻으로 돕는다면 한인교회에서 파송한 선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이러한 아동들을 무료로 받아 부모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시간 동안 돌보아주는 유아원이나 유치원의 설립을 늘려나갈 수 있을 것임은 물론 제도적으로 무국적아동들이 출생 등록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노력도 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harryahn@live.com

<안호용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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