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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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창 스테이시 김/노인복지센터 근무

2023-08-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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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들면서 깨닫게 되는 것

아이들이 태어나 처음 말을 시작하기 시작하면 부모는 엄청난 생의 희열을 느끼게 된다.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생명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앞으로 이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나면 좋을까 하는 소망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는 오랜기간 아이를 갖지 못하다가 결혼 후 10년 지난 시점에서야 비로소 아이를 낳았다. 요즘은 서른 넷에 첫 아이를 낳는것이 대수롭지 않으나, 적어도 내 세대에서는 아주 늦은 나이였다. 보통의 이민생활이 그렇듯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고,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내가 보였던 어리석음을 거의 30년이 지난 요즈음 깨닫게 되는건 다행일까 불행일까.

나는 늘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려고 애를 썼고, 공감과 이해의 폭을 넓히기위해 대화를 자주하는 편이었다. 나름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소통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는데, 근간 둘째 아이로부터 들은 얘기는 큰 충격이었다. 나는 전혀 기억에 없는데, 아이가 어렸을적 내게 손찌검 당한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항상 자신을 움츠려 들게 했다는 거였다. 막내와 함께 야단을 맞는 경우에도 손가락 깨무는 정도가 다르듯 자신에게는 정도가 더 심했다고 했다. 항상 자신에게는 우선권이 없었고 차선의 선택만 있을 뿐이었다고 했다. 첫째와 막내 사이, 중간 아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본인의 성격은 감춘 채 엄마 기대치에 맞는 언어와 행동을 하며 마치 연기하듯이 살아왔다고도 했다.
그리고 얼마전 예상치 못했던 사건으로 인해 성장한 그의 모습에서 놀랍게도 어린 아이의 모습을 보았다. 그 동안 통제되었던 행동양식의 중간 틈새로 절제없이 삐져나온 그의 행동은 오랫동안 눌러왔던 감정이 한꺼번에 솟구치듯 걷잡을 수 없는 모양새로 헉헉 울부짖는데, 이걸 실망이라고 해야하나 안쓰럽다고 해야하나…

꼬박 이틀간 숨쉬기가 어려울만큼 힘든 시간을 보낸 후, 내가 얼마나 내 중심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던가 반성했다. 우리 세대에서는 별반 문제될 사항이 아닌 행동이나 언어에서조차 이 아이들은 상처를 받을 수 있음을 몰랐다. 엄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자신만의 울타리에 숨고 짐짓 오버액션을 취한 때도 있음을 몰랐다. 본인 역시 세대간의 차이나 문화적인 차이를 알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포장해 왔던 삶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울고 있는 가여운 영혼 아닌가.

나는 다른 것 다 차치하고 그냥 엄마로서 조용히 기다리는 마음을 갖기로 했다. 그들의 인생을 용기있게 살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것 외엔 다른 방법이 무얼까. 어찌됐든 아이들 성장과정에서 얻었던 즐거움과 감사는 지금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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