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 대통령이 또 기소됐다. 4번째다. 이번에는 지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조지아 주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다. 특이한 것은 이번 기소에 마피아 등 조직범죄를 소탕하기 위한 법이 적용됐다는 것이다. 이 법은 흔히 대어 사냥용으로 불린다고 한다. 불법이 있다면 아무리 거물 이어도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조지아 주 사법 당국의 결기가 읽힌다.
모두 더하면 혐의가 90개가 넘는 전직을 공화당원들은 다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밀 것인가? 대답은 ‘그럴 것 ’이다. 조지아 기소 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아직 발표된 것이 없으나 가장 최근 조사까지 이 직전에 대한 당원들의 지지는 절대적이다. 당연히 공화당 후보 경선에 나선 다른 인물들의 면면이 궁금해진다.
대통령 후보 경선은 장기 레이스여서 어떤 돌발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암중모색 단계를 지나 후보진 라인업이 갖춰지기 시작한 지금까지, 거의 유일한 당내 트럼프 대항마는 40대인 론 디샌티스 지사다. 이 2위 주자는 선두와 지지율 차가 평균 40% 내외. 조사 대상 공화당원의 표본에 따라 심하면 50%, 적어도 30% 정도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는 지지율 5%를 넘는 예가 거의 없다.
플로리다의 재선 주지사인 그는 전국적 인물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특히 한인 유권자처럼 외국태생 이민 1세들에게는 생소하다. 동부와 플로리다 등 범 동부권에 지명도가 한정된 정치인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디샌티스측 자원봉사자들은 이제 남가주에서 직접 각 가정의 문을 두드리는 도보 캠페인을 펼 정도로 적극적이다. 지명도를 얼마나 높이고, 정치적 비전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플로리다 주지사여서 히스패닉이 아닐까 생각하는 유권자가 있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그 정도로 그의 이민 배경은 알려져 있지 않다. 부각돼 봐야 선거에 도움될 것이 없어 그러리라는 분석이 많다.
디샌티스는 이탈리아 계 이민 후손이다. 남부 이탈리아계인 증조부와 증조모는 지난 세기 초 엘리스 아일랜드를 통해 신대륙에 왔다. 미국의 이탈리아 계 후손은 1,500만명 정도, 크게 많지 않은 데다 일부는 강성 트럼프 지지층이다. 지역 선거도 아니고 미 전국을 상대로 하는 캠페인에서 특정 이민 배경을 내세워 봐야 득 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트럼프는 정적 등 내키지 않는 인물에게 별명을 붙여 부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로켓 맨 김정은’도 한 예다. 이런 트럼프가 그를 그냥 둘 리 없다. 론 디샌티스를 ‘미트 볼 론’이라고 불렀다. 이탈리아 계인 것을 빗대 비아냥 거린 것이다. 스파게티에 미트 볼을 얹어 먹기도 하지 않는가? 트럼프는 그렇게 부른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딱 잡아 떼는 것도 그의 장기 중 하나 아닌가?
디샌티스는 미국 정치의 주류인 WASP(백인, 앵글로 색슨, 신교도)은 아니지만 그냥 백인 후보 정도로 인식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그는 아이비 리그 졸업장이 2개다. 예일대를 거쳐 하버드 법대를 졸업했다. 학벌에 무심한 듯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출신 학교를 따지는 미국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다. 해군을 갔다 왔고, 30대에 연방 하원의원이 된 그는 똑똑한 젊은 지도자라는 인상이나 그 이상의 이미지 구축에는 이르지 못했다.
한인 유권자들에게 지명도가 높을 펜스 전 부통령의 지지율은 5~6%, 헤일리 전 유엔대사 4%,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3% 선이다. 다 합쳐도 디샌티스 지지율에 안된다.
미국에 사람은 많은데 대통령 선거 때면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정치판과 다르지 않다. “사람을 찾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면 드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