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스테이시 김/노인복지센터 근무
2023-08-10 (목)
사람의 성격이 바뀔 수 있는가 물어본다면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까. 대부분의 경우 사람의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게 정설이지만, 최근 UC Davis 심리학과의 연구 결과는 지속적인 중재(intervention)와 인생의 큰 변곡점이 될 만한 사건으로 사람 성격 변화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우아하고 품격있게 우리의 성격을 다스리면서 늙어갈 수 있는걸까. 안타깝게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나이든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꼽는 특징이 바로 센 고집이고, 이는 본인의 의견이나 입장에 타협 불가한 완고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요즘 내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69살의 남편과 25살 아들과의 지속적인 갈등은 나로 하여금 나이든 부모와 자녀들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 방법과 노인들의 성격변화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성장한 자녀들과의 대화는 나이 칠십대에 진입한 이민 1세대 아버지들에게 도전일 수 있다. 이제껏 살아온 신념과도 같은 내 삶의 가치관을 아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현실은 아프게도 그렇지 못하다. 미국에서 태어나 공부한 MZ 세대의 인생관과 사회 문화적 견해는 아버지 세대의 것과 엄연한 차이가 있고 대화 방법에 따른 차이마저 있어서, 젊은 아들은 아버지에게 인내가 아닌 저항으로 불쑥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선언하고 도피하는 식이다. 한편 육체가 쇠하여지고 정신적으로도 노화가 진행되는 아버지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아들에게 화를 내고 인간도리를 따지면서 급기야 본인의 위신을 지키려는 고집스런 태도로 경직돼 버린다. 유전적으로 흡사한 두 사람간의 성격이 피차 양보없는 충돌로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이 상황의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아버지라는 지위에서 가지는 무게를 내려놓으면 조금 수월하겠단 생각을 한다. 이제 세상의 중심에서 물러설 준비를 하고 있는 나이임을 인정하는게 우선이다. 기본적 인간 윤리 지침도 시대와 문화에 따른 해석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하물며 무한의 속도로 변화하는 21세기 현실 세계에서 가진 것 없이 거의 맨몸으로 맞서고 있는 요즘 세대의 아들은 나이든 아버지로부터 수직적인 관계를 강요당한다 느낄 수 있다. 부모와 자식들간의 소통이 열려 있으려면 자식들이 가진 생각, 태도, 삶의 고뇌를 가볍게 여길 것이 아니라 어른인 우리들이 먼저 인내하고 그들의 개성과 다양함을 인정하면서 가는게 좋다. 자식에게도 고운말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이 나이들어가는 노인세대의 태도로서 바람직하다. 그러면서 고집스런 성격이 조금씩 편안해지고 너그럽게 변화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면, 당신은 어림없는 소리라고 응수할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