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삶과 생각] 후회 없이 좋은 삶을 사는 길

2023-08-07 (월) 조광렬/건축가
크게 작게
‘후회 없이 좋은 삶을 사는 법’을 명쾌하게 설명한 분이 있다. ‘파괴적 혁신 이론’을 주창하며 경영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였던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1952~2020)이 그분이다.

경영학 이론이 무너져 가는 기업뿐 아니라 가정과 개인까지 일으킬 수 있음을 깨달은 그는 이 깨달음을 2010년 봄, 암 투병을 하느라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 앞에서 ‘인생학 특강’을 통해 들려주었다. 이 특강은 수많은 하버드 졸업생들의 마음을 울리며 입소문을 탔고, 마침내 책으로 출간되었다. 『하버드 인생학 특강』(부제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이라는 책이다.

다시 읽어도 교훈적인 책으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의 필독서로 추천하고픈 책이다. 책 속의 몇 대목을 인용하면 이렇다.


# “우리를 자극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면 행복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게 불가능하다. 우리가 불행한 일에 묶여 있거나 심지어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종종 무엇이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하는지를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결과이다.”(30쪽)

# “어떤 한계를 넘어서면 돈, 지위, 보상, 고용, 안정 같은 것들은 행복의 원인이라기 보다는 행복의 부산물에 훨씬 더 가깝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그 사실을 깨달으면 우리는 부담없이 정말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40쪽)

# ”성취지향적인 사람은 보유자원을 가장 즉각적이며 가시적인 결과를 낳는 활동들에 무의식적으로 할당(배분)한다 (중략) 자기도 모르게 공허하면서도 불행한 삶에 투자해온 내 동창들을 보면, 나는 그들이 겪은 고난이 부적절한 자원 배분에서 비롯됐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62~63쪽)

저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친구, 동창들이 부(富)를 향해 질주하며 지나치게 그것에 몰입하다가 가정이 파괴되는 모습들을 많이 본 모양이다.

단기적 성취보다 장기적 보상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그는 이 책에서 거듭 강조하고 있다.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은 내 자신에게 성취감을 안겨 줄 수는 있지만,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키우는 친밀한 관계 속에서 얻는 행복함에 비할 수 없다.

그는 또 이 책에서 ‘창발적 전략’과 ‘의도적 전략’을 잘 조합하며 살라고 조언한다. 살아가면서 목표를 갖고 꾸준히 밀어붙이는 것을 의도적 전략이라고 한다면, 구비구비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나 기회가 생겼을 때 자신의 능력과 운명을 실험하고 도전해 보는 것이 창발적 전략이다. 창발적 전략은 용기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인생은 초년에서 중반까지는 이런저런 실수와 실패를 맛보게 되어있다. 이는 도전했기 때문에 겪는 것이다. 삶 전체를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의 시도나 실패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시간, 돈, 관심, 열정, 에너지, 젊음 등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생산적이고 역동적으로 인생의 끝자락까지 잘 배분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이 책을 거울삼아 여기에 나의 독백(獨白)을 몇 줄 곁들인다.

즐거운 시간은 천년도 짧은 것, 괴로운 시간은 하루도 천년같은 것,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사람은 오히려 행복한 사람. 삶이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고 사는 사람, 죽음을 공부하는 사람은 사람다운 삶, 후회가 적은 삶을 살 수 있는 사람.

훌륭한 인생, 행복한 삶은, 죽음 너머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는 것, 지금 곁에 있는 가족과 함께 누리는 행복지수와 동행하는 것, 죽은 후 실제로 남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 보낸 삶의 내용과 향기인 것.

상처 없는 삶, 후회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지나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 것. 관(棺)뚜껑이 덮힐 때까지 설레이는 아침을 맞고, 웃고, 사랑하며, 신나게 남은 세월을 즐기라. 나를 춤추게 하고 자극을 주는 그것을 노리개 삼아 마음껏 즐기며 놀아라.

연극의 무대는 언젠가 막이 내리는 것, 인생도 그런 것, 죽음을 멋지게 설계하라. 세상과 멋지게 작별하라. 그대의 스토리가 달라지리라.

<조광렬/건축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