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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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의 연못 

2023-07-19 (수) 이중길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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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향기 그윽한 산책길
설렘으로 바라보던 때
수영금지 팻말이 눈에 다가왔디
발걸음이 빨라진다
고고한 자태를 간직한 하얀 몸짓
탐욕스런 욕심을 끌어낼 수 있는
푸른 잎의 연꽃 주위를 맴돈다
햇빛에 눈이 부셔 떨어뜨린
내 눈총이 하얀 꽃 속에 칼날처럼 박힌다
이슬방울 흘러내리는 푸른 잎 사이
이른 아침이 반짝거린다
밤새 접었던 꽃잎 열리는 소리
살그머니 날아온 고추잠자리 한 마리
꽃을 품고 몸살하는 날갯짓을 따라서
풍덩 푸른 하늘 구름 속에 빠지는
나의 벌거벗은 알몸을 생각한다
줄줄이 엉켜오는 여름날들
친구들과 하얀 연꽃을 입에 물고
부끄러움을 쳐다보며 헤엄치던 연못
아름다운 추억의 그림자
그 흔들림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천천히 헤엄쳐 가는 물고기의 꼬리 끝에
그려지는 하얀 선
나를 물 속으로 이끌어 간다

<이중길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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