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녁시간에 좀 한가하게 시간을 보낼 때에는 한국TV에서 쇼를 보기도 한다. 쇼이라기보다 꽤나 유행하는 트롯 노래를 본다. 사실 내가 쇼를 본다기보다 TV 화면 앞에 앉으면 트롯만 존재해서 트롯 공연을 보도록 강요당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하기야 5억짜리 상금의 미스터 트롯 경연대회를 보니 한국에서의 트롯의 열기가 대단함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그 경연대회를 보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한국의 모든 쇼는 쇼 자체를 즐기기보다 누가 일등이니, 누가 누구를 이겼느니, 누구는 몇 점이니 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대세이고 흐름이다.
세계의 연예 쇼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미국의 TV 쇼에서는 show는 show이고 show를 즐기지 출연자들의 승자와 패자의 경쟁을 즐기는 프로그램은 보기가 힘들다. 그렇지만 한국 방송의 쇼를 보면 방송 출연자, 프로그램 진행자, 그리고 방청석에 앉아있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 하고 소리를 지른다.
새삼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끄집어내는가 하면 지금 한국에서 대통령이 대학 들어가기 위하여 치러지는 수능시험에 소위 킬러문항을 내면 어쩌자는 것이냐 하고 일갈을 하고 나서 그 후폭풍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근본을 따지자면 대학 입학이라는 절차에서 누구를 승자로, 누구를 패자로 분별해서 승자를 대학에 입학시키는 싸움에서 그 분별의 방식이 킬러문항이었고 이것이 잘못 되었다는 대통령의 발언이었다는 말일 것이다.
발언의 뜻을 들여다보면 대학 입학에서 재력이 있는 자들이 돈을 들여서 훈련을 시켜서 소위 없는 자들이 쫓아오지 못하게 대학 입학에 유리하게 전개한 것의 한 방법이 킬러문항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대학에 들어 갈 시절에는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나면 1-2시간 자습시간이네 하며 선생이 보충수업을 해 주거나 기껏해야 문방구에서 파는 참고서 한두 권을 사서 보는 것이 전부이었다. 그러나 그 후에 과외수업이니 가정교사이니 하다가 전문적인 입시학원이 생겼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정규 수업시간에 선생 입으로 밤늦게 전문학원에 가서 늦게 공부를 하고들 있으니 피곤할 것이다고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가르칠 것도 없으니 그저 낮잠을 자라고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니 학교에서의 정규 수업이 낮잠 자는 시간이 되었고 모두들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전문적인 비싼 학원에 가야 하니 보통 가정의 학생들은 비싼 학원등록비 때문에 부모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고, 아예 돈 없는 학생은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그렇다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킬러문제 출제를 막아라 해서 해결 될 것일까? 나의 대답은 “아니다” 이다.
현재의 승자와 패자, 일등과 이등을 따지는 한국의 풍토에서 대학 입학은 킬러 문항을 없애서 해결 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한때 진보정권의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 대학을 없애겠다니, 모든 대학을 평준화 한다니 하는 천진한 시도도 있었지만 너무나 순진한 발상이었다. 킬러문항을 없애면 더 교묘한 방법을 누군가가 만들 것이고 또 하나의 더 교묘해진 돈 싸움의 메커니즘이 나타날 것이다.
나는 천진하다고 할까 무식하다고 할까 생각되는 소위 진보적인 사람들이 평준화니 무엇이니 하면서 몇 십년동안 교육과정을 더 악화시켜 왔다고 생각한다. 그 아주 큰 잘못은 무엇인가? 인간 사회에서 일등 이등 하며 따지고 승자 패자 하는 경쟁은 영원히 없어질 수 없고 특히 지정학적으로 강국들에 휩싸인 반도의 한국으로 더구나 풍족하지 못한 좁은 땅덩어리에서 서로 죽고 살기 식 다툼은 필연적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파이팅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고 그래서 초조하고 급하고 빨리빨리의 한국이다 이런 말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모두들 이러한 고달픈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 결과가 오늘의 한국의 번영을 이룬 것이다.
이러한 숙명을 숙명으로 알고 진보세력들은 평준화이니 기회는 균등해야하니 어쩌니 하는 헛된 꿈을 그만 꾸고 바보같이 “사다리”를 없애는 잘못을 이상 더 저지르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예를 들어 보자. 옛날에는 돈 없는 사람들이 육법전서를 들고 절에 가서 독학으로 공부하고 고시에 합격 그래서 판사 검사가 되고 돈 있는 집에 사위가 되어 소위 코리안 드림을 이루었다. 하지만 오늘에는 고시가 없어지고 대학에 판검사 만드는 학과가 생겼다. 그래서 돈 있는 집 자제만 그 대학에 가고 그리고 그들이 판검사를 독차지 하고 있다.
진보세력에게 거듭 충고한다. 가정환경이든 무엇이든 좌절한 그들을 위하여 여러 부분에서 사다리,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방안에 전력을 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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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문인/ 맥클린,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