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에서 민주주의 위기가 왔다는 위기감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오륙년 사이 거짓정보 범람과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언론과 기본 정부 시스템에 대한 공개적인 공격으로 나라가 극도로 어수선해져왔다.
미국의 선거제도가 각 주에 투표의 시간과 장소, 방법 등을 정하는 권한을 주고 있는 것을 이용, 여러 주에서 유권자들의 투표를 장려하는 대신, 투표하기가 더 힘들도록 하는 법들을 제정하고 있다. 이는 대의민주주의에서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이 던지는 투표의 신성성을 인정하지 않고 냉소적으로 보는 것이다. 권력을 잡은 정당이 어떻게 하면 자기들에게 불리한 투표를 할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이 투표하지 못하도록 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흑인들이 밀접한 지역에서는 여러 곳에 있는 투표소중 한 곳만 남기고 다 없애버리는 일이 21세기에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또는 우편선거에서 바깥봉투에 사인을 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규정을 만들어 이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많은 수의 유효표를 무효로 처리하고 있다.
이같이 근년에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19세기 노예해방 이후 남부지역에서 흑인 투표를 막기 위해 사용되었던 ‘투표세(Poll Tax)’나 유권자들에게 투표의 조건으로 요구했던 ‘읽기 테스트’, ‘시민테스트’ 등을 연상시킨다.
2010년 대법원에서 5대 4로 결정한 판결(Citizens United v. Federal Election Commission)에 따라 기업과 노조의 선거캠페인 비용 무제한 지출이 허용되어 그 전까지 금지되었던 개별 후보자에 대한 선출 또는 낙선 운동에 무제한으로 비용을 풀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정치인들이 국가의 이익보다는 자기 자신들의 재선에 어떤 것이 도움이 되느냐 하는 데에 관점을 맞춰 발언하고 정책을 정하는 풍조가 가속화되었다.
한가지 예로 미국에서 총기사건으로 그렇게 많은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연방 의회에서 정치인들은 의미있는 법과 정책을 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뜻을 따르지 않고 자기 지지층이나 자기 이익을 챙기기 때문이다. 여러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절대다수, 80~90퍼센트의 국민들이 합리적인 총기규제를 찬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AR-15 대량살상용 공격용 무기의 금지, 총기구입 가능 연령을 21세로 인상하는 것 등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극단주의 이데올로기의 포로가 되어있거나 자기들의 재선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미국의 선거 구조상 정당 예비선거에서는 과격하게 발언하고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당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주의의 직접적인 위협은 2021년 1월6일 일어났다. 의회에 폭도들이 난입해 2020년 선거인단 집계결과를 확인하는 절차를 하지 못하도록 시도한 것이다. 2020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대해 선거인단수에서 306대 232로 크게 승리했다. 미국민 전체 투표수로는 700만 표나 앞섰다. 이같은 명백한 국민의 선택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선거에 의한 정권 이양을 방해하고 저지하려고 했던 것이다. 선거후 패배한 후보나 지지자들이 정권 이양을 폭력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제3세계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이고, 쿠데타를 통해 일어난다.
미국은 200여년 쌓인 민주주의 전통이 있어 군인들이 자기 자리를 지켰고, 많은 양식 있는 인사들이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사람들의 시도가 관철되지 못했다. 미국내 극우세력의 성향은 증오를 애국심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또 백인이 위에 서는 위계질서를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유지하기 원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냉소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언론에서 어떤 일이 보도되면 그 보도내용에 대해 반응하기보다 언론 자체를 매도하고 ‘가짜뉴스’라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해 사람들을 혼란시킨다.
역사적으로, 독재자가 되려는 정치 지도자가 항상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언론을 공격한 후 국민들에 거짓 정보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제공하여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미국 국민이 미국을 올바로 이끌 수 있는 지도자들을 선출하고 국민을 위해 진실되게 봉사하는 정부를 갖는다면 우리는 아직 미국에 대한 희망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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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무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