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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노조의 선거 후보자 지지

2023-06-25 (일) 문일룡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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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두 개의 전국적 규모의 교직원 노동조합, 즉 교원노조가 있다. 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과 American Federation of Teachers가 바로 그 둘이다. 페어팩스 카운티 내에는 그 노조들의 산하 단체로 각각 Fairfax Education Association(FEA)과 Fairfax County Federation of Teachers(FCFT)가 활동하고 있다. FEA가 규모나 영향력에서 더 큰 단체이다.

얼마 전까지도 FEA나 FCFT를 노동조합이라고 부르기는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교육청과 고용계약 조건들을 놓고 교섭을 벌일 수 있는 단체 협약권을 얻었기 때문에 노동조합이라 부르는 게 적절한 듯하다. 어쩌면 올해 가을부터 시작하게 될지 모르는 교섭이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는 처음인 만큼 모두의 주의를 끌고 있다.

이 두 단체들이 정치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점은 역시 선거철이다.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는 매년 선거가 열린다. 그러나 올해와 같이 가장 직접적으로 이 단체들과 소통이 필요한 교육위원회의 선거가 있는 해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교육위원 후보자들이 이 두 단체로부터 지지를 얻기 원하기 때문이다.


나는 1995년의 첫 교육위원 선거부터 시작해 2015년 선거까지는 거의 매번 FEA로부터 지지를 받아왔었다. 그런데 FEA가 2019년 교육위원 선거 민주당 경선 때 처음으로 나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때 나를 인터뷰했던 FEA 패널 멤버 중 나와 관계가 별로 좋지 않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의 영향력이 대단했다. 관계가 좋지 않았던 이유는 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특정 사안에 내가 고분고분히 동의해 주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사실 교원노조가 제시하는 요구들 중에는 간혹 그대로 받아 주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아무래도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인 교원노조와 달리, 교육위원들은 모든 유권자들의 공익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정책을 검토하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요구를 놓고 논의할 때 교원노조 입장에선 나처럼 경험이 많은 고참 교육위원을 상대하는 게 상대적으로 까다롭다고 느낄 수 있다. 그들에게는 신참 교육위원이 상대하기 훨씬 만만할 수 있다. 그렇게 나는 2019년 FEA의 지지 획득에 실패했고, 결국 민주당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 경선 후 FEA는 자신들의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몇 주 전 올해의 교육위원 선거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또 다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FEA가 나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인터뷰 패널 멤버 네 명 중 한 명은 FEA의 회장으로 흑인이었고 나머지 세 명은 백인들이었다. FEA의 지지는 결국 후보자들 중에 유일했던 흑인 후보자와 두 명의 백인 후보자들에게 돌아갔다. 지지 획득에 실패한 후보자 두 명은 나를 포함해 모두 공교롭게도 아시안이었다.

이미 인터뷰 전부터 FEA 회장은 같은 흑인 후보자를 적극 후원할 것으로 예견되었다. 그리고 다른 패널 멤버 중 한 명인 전 회장은 역시 같은 백인 후보자 한 명에게 호감을 표시했었다. 그래서 그 두 후보자들의 지지 획득은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모든 후보자들 중에서 그래도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교육위원회 경력을 가진 내가 지지 획득에 실패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 최종결과를 놓고 보면 결국 내가 압도적 표차로 최다 득표를 했고 FEA 회장의 적극 후원을 받았던 그 흑인 후보자는 최저 득표를 했으니, FEA의 결정은 웃음거리가 되어 버렸다. 지지 후보자 결정은 사실 후보자들뿐만 아니라 당연히 교육위원회와 원만한 협조관계가 필요한 FEA에게도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크게 오판을 한 셈이다.

한편 내 입장에서는 FEA의 지지를 받지 않은 것이 오히려 득이 되었다. 교육위원회 의정활동에 부담이 될 수도 있는 FEA에게 결과적으로 아무런 정치적 빚도 지지 않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FEA도 나에게 아쉬운 부탁하기가 쉽지 않게 되어 버렸다.

<문일룡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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