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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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 뉴욕한인회 선거가 끝난 후

2023-06-14 (수) 테렌스 박/아시안아메리칸유권자연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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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다.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고, 싸울 때가 있고, 후퇴할 때가 있고,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다 …” 선거가 끝난 후, 지금은 세울 때다. 한인사회의 대표를 가름하기 위하여 겨루었던 당선자, 후보, 지지자 등, 동포 모두는 흩어진 마음과 헝클어진 옷깃을 여미고 동포사회 곳곳에 흐르는 피와 눈물을 서로 닦아주며 저 넓은 미국대륙에 우리 것을 찾기 위하여 의연히 일어서야 한다. 저 넓은 대륙에는 진기하고 무진장한 보물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세계각국에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모여든 이민의 나라다. 새롭게 당선된 한인회장은 이 거대한 미국땅에 우리 동포의 몫은 어디에 있는가를 고민하여, 거대한 미대륙에서 우리의 몫을 찾아 목마른 한인사회 곳곳에 안겨줘야 한다.

아울러, 2세와 3세에게 한인으로서의 자존감과 긍지를 심어주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게 하자! 당선자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승자의 겸손함으로 동포와 패자의 마음을 사랑으로 끌어안고 분열된 한인사회를 치유하여야 한다!


링컨 대통령의 위대함은 노예해방에 앞서 두 쪽으로 갈라진 나라를 통일했다는데 있으며, 더욱 위대한 점은 남북전쟁 중, 한가정에 1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전쟁의 아픔을 화해와 용서로 나라를 봉합한데 있다.

오바마(Obama)가 바쁜 선거일정 가운데에서도 도리스 굳윈(Doris Kearns Goodwin)이 쓴 ‘적들의 팀(Team of Rivals)’이라는 책을 항상 지니며 읽었던 이유는, 선거 후 상한 상처를 꿰매기 위하여 정적을 품은 링컨의 비책을 배우기 위함이었다.

이 비책은, 이념이 같은 정적은 함께 가되 이념이 다른 정적은 가깝고도 멀리하는 것이었다. 이탈리안 마피아가 즐겨 쓰는, “Keep your friends close and your enemies closer.(친구를 가깝게 둬라 그리고 적은 더욱 가까운 곳에 둬라)” 란 말속에 많은 뜻이 함축되어 있다.

모택동이 죽기 전에 꼭 다시 한번 읽어 보고 싶었던 책이 있었다. 말년에 안질이 매우 안 좋아 글을 확대하여 보내왔을 때, 병은 이미 골수 깊이 번져 있었고 곧 책을 가슴에 품고 사망하였다. 모택동은 주변 역경이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전쟁이 아무리 격렬하고 위급하여도, 행장이 아무리 간소해야 돼도, 이 책만은 꼭 잊지 않고 챙기었다.

네 명의 황제를 모신 홍매(洪邁, 1123~1202) 가 쓴 용재수필(容齋隨筆)를 간추려 만든 경세지략(經世之略)이 그 책이다. 이 책 1부 2장에 ‘인재활용’ 편을 요약한다면, “사람은 세상에 널려 있다. 널려 있는 만큼 인재도 찾으면 많다. 인재를 모으려면 전략이 있어야 하며 진정한 인재는 전략을 보고 모인다.” 큰 뜻을 이루기 위해 겸손한 마음으로 인재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한 것이다.

14년 만에 치른 뉴욕한인회장 선거로 분열된 사회를 봉합하고, 인재를 잘 활용하여 튼튼한 한인회,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한인회가 되어 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테렌스 박/아시안아메리칸유권자연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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