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 2차 대전 이후 단일 전투 중 최대의 격전지인 바흐무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바흐무트 쟁탈전에서 참호 속에 있던 러시아 병사가 총을 버리고 우크라이나 무인기를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어쩌면 하나님께 보내는 간절한 호소인지도 모른다. 이 병사는 무인기가 투하한 폭탄에 맞아 무참히 죽고 만다.
1년이 넘게 치르진 양국의 치열한 전투에서 수많은 병사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 하나님은 침묵만 하고 있다. 하나님은 전쟁 당사자들에게 분노하고 자비를 베풀지 않는 것일까.
침묵이 염려스럽긴 하지만, 이 세상에는 고난과 죽음의 문턱에서 하나님의 자비를 받은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구원받은 모습을 보면 하나님의 침묵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아프리카 카메룬의 시골에서 극심한 기아가 발생해서 10세의 어린 소녀가 아랍 상인에게 팔려 간 ‘바키타’라는 소녀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이다. 바키타는 이후 5번이나 다른 주인에게 노예로 팔려갔다. 5번째의 주인은 이탈리아 대사관의 공사였는데, 자기 가족을 섬기는 바키타의 남다른 선한 모습에 감동을 받아 아프리카 근무를 마치고 로마로 귀국해서 바키타를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켜 주고 수녀원으로 보내주었다.
19살에 수녀원에 들어간 바키타는 스테파노 신부로부터 주기도문과 찬송가를 라틴어로 배워 암송했고, 신앙 교육을 받았다. 십자가에 매달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고 옆구리에서 피를 흘리는 예수상을 바라보고, 바키타는 자신과 같은 노예라고 생각했다. 바키타는 26세 때 견습 수녀가 되었고, 1895년 6월 21일 예수님과의 혼약식을 거행했다. 그녀를 결코 버리지 않는 그녀를 영원히 지켜줄 분을 맞이하는 서원식을 거행했다.
카노사 교단의 수녀가 된 그녀는 평생토록 가장 낮은 자들을 돌보고, 위로하고 가르치고, 돌보는 소임을 맡게 되었다. 세계 1차 대전을 겪으며 병원으로 급조된 수도원에서 바키타는 부상자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폈고, 고아들을 먹여 살렸다. 어느 날 바키타는 부상자 중 한 병사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고 깊은 감동에 빠졌다. 성가 외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노래였다. 오페라 가수 카루소가 부른 ‘진주잡이’라는 노래였다.
전쟁은 카루소의 노래와는 달리 처참했다. 수많은 사람이 추위와 기아로 죽어갔다. 고아들이 거리에 넘쳐났다. 바키타는 사력을 다해 고아들의 궁핍을 면하게 하기위해 헌신했다.
무솔리니는 로마제국 시절의 영광을 되살리고 싶었다. 그에게 바키타는 이탈리아가 해방시킬 아프리카를 예고하는 전주곡처럼 들렸다. 무솔리니에 의해 바키타의 삶은 관광 상품으로 이용되고, 파시즘 정권의 선동 구호로 사용됐다. 그러나 바키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녀의 여섯 번째의 주인인 예수 그리스도를 섬겼다. 바키타는 노예 시절에 얻었던 병 때문에 지팡이를 짚고 간신히 다닐 수가 있었지만, 그녀는 빈자를 찾아서 그들의 안녕과 평강을 위해 기도해주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언하고 실천했다.
1947년 78세의 일기로 스키피오에서 선종했다. 죽기 전 바키타에게 성모 마리아가 나타났다. 바키타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순례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바키타는 두 번의 기적을 시현했다. 첫 번째는 결핵성 염증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던 안젤라 수녀는 수술 전날 바키타 성녀에게 기도를 드려 완쾌되었다. 두 번째는 1992년 당뇨병의 악화로 다리 절단 수술을 앞둔 브라질 여성인 에바 다코스타가 바키타 성녀에게 올린 기도로 당뇨병이 나았다.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기도를 하면서 그리스도의 성호를 열심히 부르면 내면의 밝음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자신의 내면적 자아를 본다는 것, 이 것으로 말미암아 기뻐한다는 것, 자신의 타락하고 연약한 의지에 대해 참회하고 눈물을 흘린다는 것, 이런 것들이 심오한 천국의 비밀과 신비를 깨닫게 해준다.”
바키타가 세상 사람들에게 ‘기도’의 참뜻을 남겼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평생을 예수의 사랑을 실천했던 바키타. 그녀가 세상 사람들에게 남긴 메시지는 참된 신앙은 가난, 절망, 고통, 힘든 삶 속에서 얻은 어려움을 예수 그리스도의 기도와 사랑으로 성스럽게 빈자를 섬기는 데에 기초한다, 라는 것이었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한 기도를 할 때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을 받는다, 라고 하는 사실을 바키타가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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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 그린벨트,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