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을 하면서 불면증이나 다한증, 심장 두근거림 같이 정신적인 요인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신체 질환으로 내원하는 이들이 딱히 평균보다 부정적인 감정과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보는 것은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평균 이상의 부와 안정적인 가정 환경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더 많은 것도 같다. 즉, 마음의 병을 일으키는 주 요인이 꼭 부정적인 생각이나 상황인식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런 심인성 질환을 가지고 내원한 사람들에게 당신이 지금 겪고 있는 증상들이 ‘울화병’에 속한다며 그 원인과 병리(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다는…)에 대한 설명을 해주면, 많은 이들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자신의 훌륭한 신앙, 긍정적인 자세, 좋은 환경 등을 어필하며 동의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긍정적이고, 신앙심이 깊고, 사람을 잘 믿고, 딱히 불행하지도 않은 조건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음의 건강을 잃고 병에 걸리게 되는 것일까?

지나친 긍정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임상을 통해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지나치게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오히려 그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근본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사람들은 타인을 신뢰하기 위해, 혹은 현재 자신이 곧 겪게 될 미래의 상황을 향한 낙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문제는, 그러한 노력이 한 부분인 분명히 존재하는 삶의 여러 부정적인 모습을 외면하고, 보지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건강한 마음은 부정적인 현실은 인정하되 그것이 개선될 것 또한 강하게 믿는다
그렇다고 너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생각이 너무 부정적으로 되어 버리진 않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건강한 마음은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인정하되, 지금의 현실이 미래에는 반드시 개선될 것임을 또한 강하게 믿는 것임을 잘 기억해야 한다.

임상을 경험을 비춰봐도 부정적인 현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보단, 부정적인 현실속에서도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훨씬 더 건강한 몸과 마음을 함께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았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진짜 긍정적인 마음은 현실의 왜곡이 아닌 현실의 해석에서 나온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인간관계의 어려움, 사업상의 어려움, 자신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을 외면하고 왜곡하는 것은, 어려움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행위이다. 문제의 인식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면서도, 그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미래의 결과를 낙관하면 그때야 비로서 지금의 어려움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힘이 생긴다.

만약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없고, 받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잠이 안 오고, 머리가 아프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소화가 안된다면 나의 긍정적인 마음이 어느 현재를 왜곡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살펴보자.
문의 (703)942-8858

<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