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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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에세이 - 특별한 어머니날

2023-05-19 (금) 김영란/두리하나 USA뉴욕대표·탈북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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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자녀들아, 그대들이 이곳에 정착하여 오랜 세월 동안 여러 기도팀들에게 차고 넘치는 사랑만 받고 한번도 대접을 해드린 적이 없었기에 이번 5월 어머니날, 가정의 달을 묶어서 북한식 음식을 만들어 대접해 드리겠다고 몇 주전부터 나에게 귀뜸했었지.

나는 기도모임 하는 권사님 댁에 이번 가정의 날은 집만 빌려주시고 기도팀들은 아무 음식도 만들지 말라며, 우리 형제자매들이 북한 음식 솜씨를 한번 내보겠다고 하니 그날 모이는 시간에 맞추어 편안하게 빈손으로 오시기만 하면 된다고 하였다.

나의 사랑하는 자녀들이 각자가 떠나온 북한 고향의 음식 솜씨를 보여드리겠다고 하니 대견하고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그들이 일하는 시간을 줄인 것도 걱정이 되고 모든 식품의 가격도 왜 그렇게도 껑충 뛰게 올랐는지…


그대들은 나의 걱정을 덜어주느라고 “오마이, 우리가 바보는 아니지 않습니까? 돈 많이 들여서 음식을 만들면 어른들께서 불편해 하실까 봐 아주 영양가가 있으면서도 저렴한 재료만 사서 솜씨를 내보겠습니다” 했다.

모이는 날 많이 잡수시기만 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말에 참 믿음으로 잘 자랐구나, 많은 이들의 사랑에 은혜를 한번이라도 갚아보겠다고 모두 의논을 하여 한 마음 한 뜻으로 어머니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펴겠다고 하니 얼마나 하나님께 감사한지 그저 감격의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나는 그대들의 음식 솜씨를 우리 기도팀들만 즐길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몇 가지만 자랑해 본다.
밥은 현미쌀과 현미찹쌀밥. 국은 시래기국. 푹 삶은 시래기를 송송 썰어서 쌀뜨물에 멸치 한 움큼 넣고 된장과 매운 풋고추를 넣고 슴슴하게 푹 끓여 냈다.

찌게는 잘 익은 김치와 콩나물을 넣고 생굴을 듬뿍 넣어 맛갈스럽게 끓였다. 맛깔스러운 청국장에 잘 익은 김치를 적당히 썰어 넣고 두부는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고춧가루와 국 멸치를 넣고 자작자작하게 끓였다.

또한 김치는 며칠 전에 제일 큰 자매가 큼지막한 무와 함께 잘 익힌 배추 백김치를 가져왔고 콩나물 무침을 미나리와 함께 살짝 데쳐서 모양새 있게 빨간 고추를 채썰어서 조림 간장에 슴슴하게 무쳤다. 도토리묵과 미역 다시마를 송송 썰어서 부추와 함께 맛깔스럽게 무쳐냈다. 조림으로 두부조림, 멸치와 풋고추조림, 검은 콩조림도 있었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과일들을 아름답게 썰어 만든 후식을 큰 그릇에 하나 가득 담아가지고 와서 우리 모두를 얼마나 놀라게 하고 기쁘게 했던지, 나의 사랑하는 자녀들은 정성껏 직접 만든 카드 하나씩을 주어 우리 모두를 또 한번 놀라게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후식을 즐기고 있을 때 모두 일어나 한 마음과 한 뜻으로 합창을 불러주어 우리는 감격스러워 몸둘 바를 몰랐다.

“ 나 항상 거스려도 다 용서하시고 날 웃게 하시려고 어머니 우시네. 집 떠나 먼 곳에서 나 방황하여도 어머니 기도 음성 귓가에 들리네. (새찬송 578장 2절 언제나 바라봐도) “

<김영란/두리하나 USA뉴욕대표·탈북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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