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자연이 자기의 주인이신 창조주를 경배하며 초록물감을 풀어놓는 녹색향연의 계절이다. 세상 빛을 보게 해주고 양육하신 어머니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어머니날을 품어서 일까. 5월은 행복을 싣고 아카시아 꽃향기를 피우며 풋풋한 미소를 지어내고 있다.
파란 하늘 흰구름 속에 엄마 모습이 보인다. 바람이 부는 날은 그 결따라 엄마 목소리가 실려 오고 엄마와 함께 했던 길 위에는 엄마가 웃으며 걸어온다. 눈을 감으면 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피아노치던 주름진 엄마손이 아른거린다. “나이가 들어 이젠 깜빡깜빡한다” 하시면서도 뇌의 깊숙한 곳에 저장되었던 일제시대에 배운 곡들을 다 꺼내어 노래하며 피아노를 치곤하셨다. 우리 곁을 떠난지 4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보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뛴다.
엄마가 그립거나 비가 오는 날은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아, 말씀드릴께요, 어머니’를 듣는다. 건반을 처음 접할 때 엄마와 부르던 반짝반짝 ‘작은 별’ 이다. 모차르트가 파리여행때 18세기초 유행했던 프랑스의 민요 ‘아, 말씀드릴 께요, 어머니’를 바탕으로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모차르트가 작곡한 12개의 피아노 변주곡 K265이다.
이 곡은 경쾌하면서 밝고 초롱초롱한 별이 마술사가 되어 튀어나오기도 하고 해맑은 아침햇살이 비쳐지기도 하며 아다지오로 연주될 때는 부드럽게 흐르는 곡에서 마음에 안식처가 되어 평안해지고 곡이 깊어갈수록 마음이 밝아진다.
어머니의 품을 유난히 그리워했던 모차르트가 파리에서 오페라곡을 작곡했던 시절 “끝도 없이 레치타티보(Recitativo)를 작곡하니 손가락이 아프다”고 하는 등, 어머니에게 투정을 부리는 글을 보내곤 했다.
감정을 독창적으로 낭송하는 아리아와는 달리 보편적으로 레치타티보는 좀 건조 하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어머니는 낳아주고 길러주고 참아주고 받아주는 존재이기 때문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웅”이란, 실화라고 하는 글을 읽었다. 중국에서 있었던 가난하고 효성이 지극한 아들과 어머니의 이야기다. “서장이라는 곳에 꼭 가보고 싶어” 한평생 어머니의 소원이었던 서장은 세계의 지붕이라 불릴만큼 높은 곳인데 비행기를 탈 돈도 없고 자동차도 없는 아들은 포기하지 않고 평생 자신을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를 위해 그 곳으로 갈 준비를 한다. 세발 자전거에 수레를 매달고 어머니가 편히 앉아 바깥풍경을 볼 수 있게 사방에 창문까지 내고나서야 아들은 페달을 힘껏 밟았다.
길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중간에 병원신세도 짓고 노숙도 여러번 했고 냇가에서 빨래를 하기도 하면서 아들과 어머니는 900일을 소풍처럼 함께 했다. 102번째 생일을 얼마 앞두고 어머니가 세상을 하직하는 바람에 원했던 서장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어머니는 눈을 감으며 이렇게 이야기 했다. “너와 세상 구경하는 동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 라고. 홀로 된 아들은 어머니의 꿈을 이루기위해 유골을 수레에 싣고 7개월간 더 자전거 페달을 밟아서 어머니의 유해를 서장에 뿌렸다.
뿌연 바람이 된 어머니가 늙은 아들의 볼을 쓰다듬는 것이 느껴졌다. 조용히 달아나는 바람을 향해 “안녕히 가세요, 어머니!” 아들의 마지막 인사였다. “저도 이생에서의 소풍을 마치고 어머니께 돌아가면 말하렵니다! 어머니와 마주 보며 웃었던 시간이 제 생애에서 가장 빛나던 날들이었다고요.”
평생 산골에서 일하느라 허리가 굽고 치아는 하나밖에 남지않은 99세 노모를 위해 손수레를 만들어 900일을 여행한 74세의 아들… 세상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배웅이 있을 수 있을까. 한 번도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희생을 한 적이 없는 나는 이 글을 읽으며 마음이 아려왔다. 이젠 효도를 하고 싶어도 엄마가 안 계시니…. “있을 때 잘 해” 라는 말에 백번 수긍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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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잔 / 워싱턴 두란노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