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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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위험한 착각들

2023-05-17 (수) 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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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80여년 전만 해도 한국인과 미국인의 평균 수명이 40세를 겨우 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살다가 불의의 사고만 당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수하는 시대가 되었다. ‘장수’가 기본인 된 지금 시대에, 사람들의 관심은 단순히 수명이 길어지는 장수 그 이상을 바라게 되면서 과거 그 어느 때 보다도 ‘건강하고 튼튼한 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다.

하지만 온갖 곳에서부터 범람하는 건강 상식들을 의학의 시선으로 가만히 살펴보면, ‘건강한 몸’에 대한 기준과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방법들이 모두 제각각이면서도 서로 상충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건강에 대한 착각들을 제대로 분별하여 ‘제대로’ 건강해질 수 있을까? 한번 많은 이들이 지니고 있는 건강에 대한 흔하고 위험한 착각들을 살펴보자.

아프면 죽는다. 그러니 안 아프면 오래 산다는 착각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언제나 인간이 죽는 가장 큰 이유였다. 사람은 질병에 걸리면 아프고, 결국에는 그 질병을 이겨내지 못해 죽는다. 그러니 ‘질병에 자주 걸리는 이는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며, 질병에 자주 걸리지 않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다’라는 단순한 명제가 성립한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과 질병의 관계를 이 단순한 명제에 근거해 바라보고 있으며, ‘안 아픈 것’을 ‘건강한 것’이라 믿고 아프지 않기 위해 수많은 연구를 하고 노력을 쏟아 붓는다. 하지만 실제로 아프지 않은 상태는 건강을 정의하는 여러 기준 중의 하나일 뿐, 단 하나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가 없다.

날씬한 사람들이 질병에 덜 걸린다. 그러니 날씬하면 건강한 것이라는 착각
많은 사람들이 뚱뚱한 사람보다 날씬한 사람이 더 건강할 것이라 믿는다. 이는, 살아가면서 질병에 덜 걸리기 위한 조건들에 대한 연구 결과, 체중이 많이 나갈 수록 질병에 자주 노출되고, 체중이 적게 나가면 질병에 덜 자주 노출된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에 근거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믿음을 따라 체중을 줄이면 빠지는 체중만큼 기대수명도 함께 짧아진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혈액검사로 병을 감별할 수 있다. 그러니 혈액검사 수치만 정상이면 건강하다라는 착각
요즘은 간단한 피검사만으로 우리 몸의 상태를 수치화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혈액 검사 결과 어떤 수치가 정상범위를 벗어나면 곧 바로 아무 의심없이 자신의 몸에 각종 약들을 쏟아 붓기 시작한다.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심장을 위해 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한 약을 먹고, 혈압이 높으면 중풍을 예방하기 위해 혈압약을 복용한다. 이렇게 혈액검사에서 나오는 각종 수치를 약을 통해서라도 정상범위 이내로 유지만 하면 우리는 건강해지리라 믿는다.

섣부른 예단으로 인한 잘못된 의학적 사실은, 오히려 무지보다 위험하다
이처럼 건강에 대한 편견은 많은 경우 무지보다 위험하다. 무지로 인한 잘못된 습관은 간단한 교육과 지식의 습득만으로도 고칠 수 있지만, 잘못된 지식으로 인한 습관은 여간해서는 잘 고쳐지지 않는다. 정말로 건강해지고 싶으면 무지를 탈출하는 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정말 내 몸을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한 의학적 사실들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문의 (703)942-8858

<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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