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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위원 선거 민주당 경선 이야기

2023-05-14 (일) 문일룡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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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선거를 위한 민주당 후보경선 투표가 드디어 내일부터 시작해 한 주간 열린다. 투표 자격은 페어팩스 카운티에 거주하는 민주당원들과 지난 주까지 투표 참여 등록을 마친 일반 유권자들로 국한된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기존 민주당원 숫자는 1,050명 정도였는데 추가 등록자가 3,300 명을 상회했다. 그러니 일반 유권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민주당의 노력은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공화당의 경우 교육위원 후보경선 투표자격은 여전히 당원에게만 주어졌다. 그런데 이번 민주당의 새로운 시도를 바라보면서 공화당도 다음부터는 좀 더 개방된 방법을 택해 보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페어팩스 카운티는 9개의 지역구로 나뉘어져 있다. 그래서 내가 출마한 광역(At-Large) 뿐 아니라 지역구에서도 민주당 지지 후보자들을 결정한다. 그런데 지역구에서 경선이 진행되는 곳은 단 두 곳에 불과하다. 다른 일곱 곳에서는 각 한 명의 후보자들 밖에 출마하지 않아 자동으로 민주당의 지지를 획득했다. 하지만 내가 출마한 광역구에서는 항상 경선이 있다. 이번에도 세 자리를 놓고 5명이 출마했다.

이번 일반 유권자 참여 등록에서 가장 선두에 나선 것은 경선이 치루어지는 두 지역구에서이다. 헌터밀 지역구(비엔나, 레스턴 등의 지역)에서 일반인 등록자가 천 명을 상회한다. 그리고 마운트버논 지역구(로턴, 마운트버논 등의 지역)에서도 추가 등록자 규모가 칠백 명 가량된다. 그러니 일반 유권자 등록의 절반 가량이 이 두 경선 지역구에서 나온 것이다.

나도 출마하면서 한인 유권자들의 등록을 적극 권유했다. 그러나 매 선거 때마다 느끼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인 유권자 가정에 약 팔천 장의 안내엽서를 보내고 신문 광고도 했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여러 방법으로 독려해 보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삼백 명을 넘기지 못했다. 다른 후보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많은 숫자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래도 페어팩스 카운티 전체 유권자에서 한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보다 훨씬 높은 등록률을 보인 점을 위안으로 삼는다. 그러나 중동이나 인도, 파키스탄 계로 보이는 유권자들의 등록률은 한인들 보다 훨씬 높다. 이번에 광역 후보자로 출마한 파키스탄계 후보자에게는 고무적인 뉴스일 것이다.

물론 후보들이 자신과 같은 인종적 배경을 가진 유권자들의 표에만 의존해서는 당선될 수 없다. 오랫동안 교육위원으로 일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는 나의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도가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기존 민주당원들 사이에서는 다른 광역 후보자들에 비해 나의 지지 기반이 단단하다. 그것은 작은 규모였지만 그 사이 몇 번 치러졌던 모의 투표에서 좋은 성적으로 나타났다.

최종 결과는 물론 뚜껑을 열어보아야 한다. 대신 한 주 동안의 투표기간 중 가능한 많은 나의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차분히 기다릴 생각이다. 이번에 참여하겠다고 등록한 한인들은 한 명도 빠짐 없이 모두 투표하기를 희망해 본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투표가 가능하니 미루지 말고 투표 첫 날인 내일 모두 하기를 바란다. 물론 참여 신청 때 이메일 주소가 없었던 소수의 등록자들은 5월 20일에 현장 투표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투표에서는 5명의 후보자들 가운데 선호 순서를 표기하게 됨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일반 유권자들의 등록 홍보에 나서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한 주 전 어느 아시안 수퍼마켓 앞에서 있었던 일이다. 마켓으로 들어 가려는 연세가 지긋한 여자분을 보았다.

그래서 목례를 하며 선거 홍보지를 건네려고 팔을 내밀었다. 그랬더니 손사래를 치면서 “목사님, 저 이미 교회에 다녀요!” 하는 게 아닌가. 피식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그런데 얼마 후 휠체어를 타고 나가시는 또 다른 노인 한 분을 뵈었다.

그냥 인사라도 해야겠다 싶어 다가가서 건강하시라고 했다. 그랬더니 다소곳이 “건강하세요, 예수님도요” 하는 게 아닌가! 변호사에서 목사님 그리고 예수님으로 승격된 날이었다.

<문일룡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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