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유권자 이탈 요인… 대선 후보로 부적격” 목소리
▶ “지지층엔 영향 없다”분석에“항소심 지켜봐야” 유보론도

트럼프 전 대통령(위쪽)과 민사재판서 승리한 E. 진 캐럴. [로이터]
9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0여년 전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판단한 배심원 평결이 나오면서 내년 미 대선 구도에 미칠 영향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패소는 그 자체로 그에게 나쁜 소식임이 분명하지만, 지난달 이와 별개인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것이 오히려 강성 지지층의 결집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이번 소송 결과의 영향을 바라보는 미 정치권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진 분위기다.
CNN 방송은 배심원단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패소를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은 여성을 포함한 핵심 유권자의 지지를 한층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재판을 계기로 트럼프의 도덕성 문제가 다시 유권자의 뇌리에 남게 된 만큼, 그가 과연 본선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후보인지에 대해 의문이 지속해서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돈 베이컨(공화·네브래스카) 하원 의원은 CNN에 “그는 (지지율이) 내려갈 것이고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 본다”며 “그는 상·하원 선거마저 지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폭력 손해배상 사건 패소 소식을 전하고, 이는 그에게 다가올 정치적·법적 타격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특유의 자신만만한 이미지로 비도시 지역 여성 유권자의 표를 많이 받았는데, 이번 사건으로 기존 여성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대형 악재’를 ‘호재’로 활용하는 재주가 뛰어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 전략이 변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성관계 입막음 의혹에 대한 법원의 기소인부절차가 끝나자마자 “미국에서 여태 본 적이 없는 규모의 엄청난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며 지지층 결집을 도모했다.
그는 자신을 기소한 검사장이나 재판부에 대해 각각 ‘급진 좌파 검사’, ‘트럼프를 혐오하는 판사’라고 여론몰이하며 자신에 대한 재판에 정치공작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