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단속에 업소들 ‘직격탄’
▶ 연방대법 판결까지 겹치며 합법이민자들도 외출 기피
▶ 직원들도 출근 꺼려 인력난
▶ 매출 감소에 힘든 생존경쟁

도널드 트럼프의 강력한 이민단속으로 불법체류자는 물론 합법이민자들까지 외출을 꺼리면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LA 다운타운 자바시장 일대가 한산하다. [박상혁 기자]
“고객이 너무 없어 문을 열고 있으면 오히려 손해입니다”
15년 넘게 LA 다운타운 인근 지역에서 주로 히스패닉과 주류사회를 상대로 바비큐 식당을 운영해 온 한 한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마구잡이’ 이민단속으로 고객들이 외출 자체를 꺼리면서 식당 매출이 급감했다. 인건비와 자재비가 오르며 저녁 시간에는 문을 열고 있으면 오히려 손해라고 한숨을 쉬었다.
평소에는 히스패닉 등 고객들로 붐비던 LA 다운타운 자바와 잡화·장난감 상가 지역들도 고객들이 평소보다 절반 이하로 급감하면서 업주들은 힘든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운타운 자바시장 지역은 LA에서 이민단속 현장 급습이 가장 먼저 집중적으로 발생한 곳으로 아직도 고객들의 발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연방 대법원이 8일 트럼프 행정부의 LA 지역 내 무차별적 이민 단속을 합법이라고 허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줄었던 고객들이 발길은 더 줄었다. 연방 대법원이 연방 이민단속 요원이 언어, 외모, 직업, 위치 등을 근거로 불법체류가 의심되는 사람을 검문·체포할 수 있도록 한 긴급 항소를 인용했기 때문이다.
최소한 LA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기대했던 히스패닉 등 이민자들은 절망감을 표시하면서 공포에 휩싸인 분위기이다.
최근 히스패닉 불법체류자들은 외출을 아예 하지 않고 합법이민자들까지 외출을 꼭 해야 하면 시민권 증서나 영주권 등 합법체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소지하고 외출한다. 남가주 한인사회도 입국 비자가 만기돼 불법체류자로 전략하는 등 불법 체류 한인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들 역시 외출이나 소비를 꺼리면서 불안감에 떨고 있다.
한인 등 소매 업소들은 LA 지역에서 히스패닉 소비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데 히스패닉 고객들의 절감은 이들 업소들에게 심각한 재정 타격이 되고 있다. LA 시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소매 업소들의 폐업은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민단속은 그동안 LA 지역 의류공장과 홈디포 등 외곽 지역에서 주로 있었지만 지난 3일에는 LA 한인타운 중심지인 올림픽가에 위치한 한인 운영 카워시에도 이민 당국 단속반이 들이닥쳐 불법체류자로 의심되는 직원 5명을 체포해갔다.
한인 업소들은 매출 감소는 물론 히스패닉 직원들의 출근 기피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LA 한인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한인은 “디시 워셔와 청소 등을 담당하던 히스패닉 불법체류자 직원 2명이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며 “한인 직원과 가족까지 동원해 이들을 대체하고 있지만 이들 히스패닉 직원 없이 얼마나 식당을 운영할 수 있을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인들은 이민을 와서 근면·성실한 생활를 뿌리내리고 미국 경제와 사회에도 기여해왔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한인 업소들까지 상대로 대대적 단속을 벌였다며 서운한 감정까지 드러내고 있다.
이같은 이민 단속은 한인 경제뿐만 아니라 LA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되고 있다.
매출 감소와 직원 해고로 LA 시 세수도 최대 30%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강달러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해외에서 미국 여행을 자제하는 것도 관광객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LA 경제가 다른 지역보다 타격이 더 크다.
히스패닉 인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LA 지역 건설과 카워시, 식당 등 서비스 업종 전반에 걸쳐 인력난과 함께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한 한인 건설사 관계자는 “돌고 도는 미국 경제에서 이민 단속이 남의 일같이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 소비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건설업계도 최근 이민 단속에 따른 인력난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이는 공사비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주택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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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