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콜린 파웰 초등학교 개교 20주년

2023-04-30 (일) 문일룡 변호사, VA
크게 작게
지난 주 버지니아 주 센터빌 지역에 위치한 콜린 파웰 초등학교의 개교 20주년 행사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비록 내가 현직 교육위원은 아니지만 공식초청을 받은 이유는, 이 학교가 자랑하는 Korean Two-Way Dual Language Immersion Program (한국어 쌍방 이중언어 몰입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을 학교 측에서 잘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초등학교는 2003년 가을에 개교했다. 그러니 정확히 하자면 올 가을이 되어서야 20주년이 되겠지만 이번 봄학기로 20년의 학년을 마치기 때문에 가을까지 기다리지 않고 20주년 기념행사를 가진 것 같다. 이중언어 몰입 프로그램에는 One-Way가 있고 Two-Way가 있는데 전자의 경우 등록학생들이 한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을 경우이다.

그러나 후자는 학생들의 구성이 두 언어 사이에 절반 정도 씩 나뉘어 있는 경우이다. 콜린 파웰 초등학교 프로그램이 이 경우로, 학생들의 절반은 한국어를 주로 하는 학생들, 그리고 절반은 영어를 주로 하는 학생들로 구성된다. 수학, 과학과 보건 수업은 한국어로 그리고 영어, 사회 과목은 영어로 진행한다.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가 서로 다르기에 서로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이 프로그램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한국 정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때는 킨더가든 한 학년으로 했다. 처음에는 그 학교 학생들로만 등록을 받다가 나중에는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했다. 그런데 외국어 과목을 새로 도입할 경우에 항상 부딪치는 어려움이 과목을 개설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학생들이 등록하느냐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한 학년씩 올라 가면서 흥미를 잃어 학생 수가 감소할 수도 있는데 일정 수의 학생들이 등록하지 않을 경우 교사 배치를 할 수가 없을 수도 있다.

이 프로그램 초기에 등록 학생들이 부족해 교사 배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대비해 한국정부에서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겠다고 약속해 주었다. 당시에 나는 교육위원으로 한국 대사관의 교육관계자들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 담당자 사이에 가교 역할도 하고 서로 합의를 도출해 내는 중재자 역할을 맡았다. 이제 이 초등학교의 프로그램은 페어팩스 카운티가 제공하는 유일한 한국어 이중언어 몰입 프로그램으로 킨더가든부터 6학년까지 매 학년 두 학급 씩 운영되고 있다. 상당히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으로 다른 학교 학생들이 등록 대기자 명단에서 기다리기까지 한다고 한다.

개교 20주년 행사에 참석하면서 받은 또 하나의 느낌은 이 학교야 말로 한인 커뮤니티의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 학생들 분포를 보면 아시안계 학생들이 무려 60%가 된다. 그리고 그 중 절반 이상이 한인계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 날 행사 진행에 학생회 회장, 부회장, 서기와 역사가 (school historian) 등 학생회 임원들이 맡은 역할이 있었는데 네 명 모두 한인계 학생들이었다. 이 학교의 교감 선생님 두 사람이 모두 한인이기도 하다.

이 학교의 발전 역사를 기억하면서 페어팩스 카운티 학군 내에 이러한 프로그램이 적어도 한 학교에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미 성공적인 운영 모델이 있는 만큼 두 번째 학교에서는 좀 더 쉽게 개설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프로그램 도입 성공에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그리고 그 모두를 잘 갖추도록 준비해야 한다.

첫째는 해당 학교의 부모님들 그리고 교사들과 충분히 대화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미 다른 외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학교의 경우라면 기존 교사들이 동요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는 교육청으로부터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아마 그 뒤에는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로부터의 강력한 주문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당 학교의 교장이 사명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 리더쉽을 발휘해 학부모들과 교사들을 모두 잘 다독거리고 이끄는 것은 역시 교장 몫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 요소를 모두 갖춘 학교가 조만간 나오기를 희망해 본다.

<문일룡 변호사, VA>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