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작년 6월 나토정상회의 언론 브리핑에서 ‘탈중국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12월 이와 상반되는 전혀 다른 기사를 실었다.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탈중국이 아닌 현지화 전략을 오히려 더 강화하여 중국 시장을 사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데이터를 사용한 이코노미스트 분석 기사에 따르면, 다국적 200대 기업 중 144개가 지난 3년 동안 중국에서 여전히 성장하고 있으며 지난해 7000억 달러(전 세계 매출의 13%)를 벌어들였다. 특히 Apple, BMW, Intel, Siemens, Tesla, Walmart를 포함한 약 13개의 매출 상위 기업들은 중국에서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단일 시장으로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된 것이다.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미·중 무역전쟁은 세계경제를 퇴행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최악의 자유무역 분열이 벌어지면 세계경제 총생산의 7%가 사라질 것이다. 그녀는 글로벌 경제가 ‘경제블록’ 간 동맹 경쟁 양상으로 바뀌는 것을 우려하며 무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했다. 또한 미국의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에 포함된 국가 ‘보조금 지원’ 정책도 우려를 표명했는데, 안보를 이유로 첨단제조 투자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은 WTO 협정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http://manage.koreatimes.com/ 2021년 3월 IMF는 미국·중국·유로·인도·일본·한국 6개국을 픽업해 혁신적인 지적 재산에 의존하는 상품의 생산 및 거래 데이터를 글로벌 정량적 거시경제 모델에 시뮬레이션을 돌려 6개 ‘기술적 디커플링 시나리오’ (Technological Decoupling Scenarios) 결과를 내놨다. 시나리오 2 경우, 미국이 중국 경제를 봉쇄할 때(Decoupl ing) 10년에 걸친 6개국 GDP 변동률을 보면 한국-6.5%>중국-4%>일본-3.5%>유로-3.2%>미국-3%>인도-1% 순으로 시나리오 4 경우, 미국과 OECD선진국이 협력(Friend Reshoring)하여 중국 경제를 봉쇄할 때 중국-8.8%>한국-4.5%>일본-2%>미국 -1%>유로-0.9%>인도 0% 순으로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미국이 혼자 중국 경제를 봉쇄할 때 중국-4%, 미국-3%로 거의 엇비슷하게 나왔는데 원인은 지난 30년간 세계화 속에 경제가 서로 ‘상호연결’(Coupling)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둘 모두 손해다. 미국과 OECD 선진국이 협력하여 중국 경제를 봉쇄할 때 미국은 -1%로 손해가 미미한 반면에 중국은 -8%로 큰 타격을 입는다. 시뮬레이션은 미국이 일본과 한국을 끌어들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이 중국 경제를 봉쇄할 때 -6. 5%로 최대 피해국이며, 미국과 OECD가 협력하여 중국 경제를 봉쇄할 때 -4.5%로 중국 다음으로 피해국이다. 한국은 GDP 대비 수출입 비율 70%(2021년 기준) 통상 국가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디커플링이 시작되면 최대 수혜국에서 최대 피해국이 되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의 3분의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본은 GDP 대비 수출입 비율이25%(2020년 기준) 내수 국가로 타격이 그리 크지 않다. 일본은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적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미국과 협력하여 신냉전을 조장하고 중국을 압박해 아시안 패권을 노리겠다는 전략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래서 디커플링에 매우 적극적이다. EU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통상 국가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만 유로내 경제가 원활하고 경제규모가 커서 한국 보다 영향이 덜하다. 문제는 중국 의존도가 커서 미국과 협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도는 허브의 부분적 대체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대 연결없이 거의 영향이 없다. 그래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미국과 러시아 양 진영에 매우 전략적으로 움직인다.
하이테크 상품 및 서비스의 국경 간 무역을 취소하는 것으로 광범위하게 정의되는 ‘기술 분리’(Technological Decoupling)는 지적 재산권 보호, 데이터 개인 정보 보호 및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한 우려와 첨단산업의 주도권 쟁탈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미국의 문제이다. 주요 경제국 간의 하이테크 부문 무역에 대한 장벽은 경제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하이테크 생산은 국경 간 무역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세계 생산 및 소비 패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문제를 한국이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생산 단가가 높고 근로자의 생산성이 낮은 미국 투자에 나서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것을 IMF 시뮬레이션은 설명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시장 및 산업 사이의 깊고 복잡한 연계를 구축하는 데 30년이 걸렸다. 이러한 관계는 점진적이 고 단계적인 방식으로 전환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파괴적이다. 공급망간의 강력한 상호 의존성이 높아 디커플링이 시작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진행될 수 밖에 없어, 한국은 실리가 없는 안보동맹·가치공유를 이유로 일방적인 미국편에, 일방적인 중국편에 올인하는 것은 한국 기업과 경제를 매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경쟁은 기업가들 사이의 투쟁이다. 싸움의 방법은 기업이 더 잘 안다. 미국이 중국 경제를 차단하기 위해 동맹을 끌어 들여 ‘Technological Decoupling’은 성공할 지 모르지만, 하이테크 제조산업의 자국으로 다시 복귀·유치하려는 Reshoring’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우호적인 국가로 이전을 강요하려는 ‘Friendshoring’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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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 정치 철학자,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