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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에 가는 이유

2023-04-17 (월) 이근혁 /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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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왜 가느냐?'에 산악인의 답이 멋있다.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간다.' 그렇게 말하는 뜻은 그냥 좋아서  친구가 되고, 산과 하나가 되기 위한 말일 겁니다.
산을 좋아하는 산악인은 산을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절대로 버리고 파괴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올라가지만 그들을 가슴으로 사랑하며 때로는 몸이 그곳에 묻히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산을 정복하러 가는 게 아닙니다. 같이 호흡을 하며 하나가 되려고 갑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산에 갑니다. 산이라고 할 수 없고 약간의 오르막이 있고 물이 흐르는 냇가가 있고 가끔 사슴이 보이며 봄에는 새싹이 올라오는 것을 바라도 보고 예쁜 야생꽃도 보고 새소리도 들립니다. 나는 산과 얘기하기 위해 갑니다. 어느 곳이나 천당이 될 수 있고 생각이 기쁘면 천당이고 내가 가는 얕은 산은 나에게 천당입니다. 적당한 운동과 맑은 공기 마시며 자연과 얘기를 합니다.

소리로만 나누는 게 얘기가 아닙니다. 마음으로 합니다. 꽃과 얘기를 하고 산과 심각한 얘기를 나누겠어요? 마음으로 전달 받은 행복한 소리를 서로 기뻐했겠지요. 꽃과 얘기를 나누었다고 전달되는 내용은 없어요. 그저 행복에 겨운 사랑으로 더 잘 자라고 예쁘다는 거지요. 집에서도 할 수 있어요. 행복하고 사랑이 넘치는 마음으로 사는 집 화초는 사랑의 기운을 먹고 가족의 사랑 대화를 들으며 무럭무럭 예쁘게 잘 자라고 꽃도 예쁘게 피웁니다. 우리가 실제 주위에서 보고 겪는 일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꽃과도 얘기를 나누고 짐승과 대화를 나누었다고 해요.


유명한 성인만이 이루는 게 아닙니다. 자연에 있는 모든 피조물은 우리가 사랑하며 살아가야 할 물체이며 우리와 똑 같아서 우리의 사랑 대상이며 우리의 사랑을 먹고 더 잘 자랍니다. 만들어진 우두머리라고 마음대로 할 대상이 아닙니다. 그나 나나 자연의 일부입니다. 그들 세계에 내 마음을 같이 하면 답이 은은히 마음에 전해옵니다. 생각이 깊어집니다.

강인한 정신력, 강인한 체력은 옛적 일입니다. 적당히 지탱하며 내 몸을 받아줄 땅을 밟으며 느낌을 진하게 받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이제는 자연을 느끼는데 있습니다. 언젠가 그곳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개와 고양이를 너무 사랑하여 길에서 주워서 기릅니다. 그들은 그들과 얘기하고 행복을 느낍니다. 그들의 선하고 착한 눈동자에서 평화와 하느님의 모습을 본다고 합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돌보는 것에 애완동물이 한 몫을 합니다. 서로 눈으로 마음으로 말도 한다고 합니다.

인간에게서 못 느끼는 선함과 무한한 사랑을 느낀다고 합니다. 인간도 마찬가지고 짐승이나, 자연이나, 모든 피조물은 창조주가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인간은 인간뿐이 아니라 창조주가 만들어 놓은 모든 것을 지배하고 파괴를 하며 발전시키지만 그들을 사랑할 의무가 있습니다. 무조건 파괴는 안 되고 무조건 살생은 안 됩니다. 우리는 사랑을 인간끼리 하는 게 아닙니다.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제일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우리는 하느님의 역할을 하는 겁니다.

아무 것이나 먹지만 살생은 두렵습니다. 자연을 누구나 사랑합니다. 자연과의 얘기로 나의 더러워진 마음이 씻겨갑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 일요일 아침에 무조건 산에 갑니다. 그들을 느끼며 창조주의 피조물과 사랑하며 얘기를 나누러 갑니다. 나의 행복함도 함께….

<이근혁 /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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