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해와 용서, 재생의 길을 찾는 젊은 여자의 따스한 이야기’

2023-03-31 (금) 박흥진 편집위원
작게 크게

▶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좋은 사람’(A Good Person) ★★★★ (5개 만점)

▶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감상적이지만 사람의 가슴을 적셔주는 가득한 감정…웃음과 아픔 등을 잘 섞은 멜로드라마

‘화해와 용서, 재생의 길을 찾는 젊은 여자의 따스한 이야기’

둘 다 어두운 과거를 지닌 앨리슨(왼쪽)과 대니엘은 관게를 맺어가면서 상처를 치유한다.

화해와 용서 그리고 비극적 경험을 극복하고 재생의 길을 찾는 젊은 여자의 얘기를 따스한 마음으로 그린 좋은 영화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다소 감상적이지만 보는 사람의 가슴을 적셔주는 가득한 감정 그리고 웃음과 아픔과 고통을 고루 잘 섞은 멜로드라마로 단점이 있는 영화인데도 보고 즐길만한 영화다. 플롯의 구조가 들쭉날쭉 한데 중심 주제를 벗어나 소품 영화 안에 너무나 많은 얘기를 하려고 욕심을 부려 다소 체증을 느끼게 된다. 배우이기도 한 잭 브래프가 각본을 쓰고 감독을 했는데 작품의 분위기와 색조를 자유롭게 변화시키는 연출 솜씨가 좋다.

영화는 뉴욕 교외의 집에서 열린 파티장면으로 시작된다. 음악에 재능을 지닌 장래가 촉망되는 지적이요 강한 성격을 지닌 아름다운 앨리슨(플로렌스 퓨)과 그의 애인 네이산(치나자 우체)의 약혼 파티다. 파티 후 앨리슨이 네이산의 누나와 그의 남편을 차에 태우고 두 사람의 집으로 데려다 주다 앨리슨이 셀폰을 잠깐 보는 순간 충돌사고가 나면서 네이산의 누나와 남편이 사망한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죄책감에 시달리는 앨리슨은 뉴저지 주의 홀어머니 다이앤(몰리 샤논늬 연기가 좋다)과 살면서 약물에 중독된 폐인이 된다. 음악도 포기하고 네이산과도 헤어졌다. 죄의식과 고통에 시달리는 앨리슨이 약물을 구하기 위해 바에 가서 구걸하는 모습이 애처롭기 짝이 없다. 영화는 비극적 경험으로 인해 해일과도 같은 후유증을 경험하는 젊은 여인의 감정 탐구의 얘기이기도 하다.


앨리슨의 이런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주는 사람이 네이산의 아버지 대니엘(모간 프리맨). 대니엘은 전직 경찰로 알콜 중독자였다. 그는 과거에 술을 먹으면 폭력적이 돼 어릴 때 이를 경험한 네이산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없다시피 하다. 앨리슨이 사죄를 하기 위해 처음에 대니엘을 만났을 때는 둘의 만남이 순조롭지가 못했다. 그리고 대니엘이 키우는 고아가된 손녀 라이언(셀레스트 오코너가 연기를 잘 한다.)도 앨리슨을 적대시한다.

약물 중독에 시달리다 못한 앨리슨이 무작정 AA 모임에 찾아 가면서 이 모임에 나오는 대니엘과 재회한다. 대니엘을 피해 모임을 떠나려는 앨리슨을 대니엘이 말리면서 두 사람이 서서히 우정을 맺어간다. 그리고 감정적 관계와 우정이 필요한 앨리슨과 역시 같은 것이 필요한 라이언 사이에도 아름다운 우정이 영글어간다. 영화는 앨리슨과 대니엘 그리고 라이언의 관계 특히 앨리슨과 대니엘의 관계를 솔직하게 탐구하면서 인간적 관계의 필요성을 다소 설교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후반에 들어 새 애인을 가진 네이산과 앨리슨의 재회와 네이산과 대니엘의 관계의 해빙 그리고 앨리슨과 라이언의 뉴욕 록 콘서트 참가(이 것이야 말로 전연 필요 없는 부분이다) 등 지나치게 많은 서브플롯을 첨가한 것이 결점이다. 이런 잘못을 보완해 주는 것이 퓨와 프리맨의 출중한 연기.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것과도 같은 퓨의 연기와 묵직하고 가라앉은 프리맨의 연기가 보기 좋은데 둘의 이런 연기가 아주 훌륭한 대조를 이룬다. 관람등급 R

<박흥진 편집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