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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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처음 맞은 사순절과 부활절

2023-03-27 (월) 정인숙 / 애쉬번,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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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은 부활주일 전 주일을 뺀 40일 동안 경건하게 지내면서,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대속해주시기 위해 그 험한 십자가상에서 죽임을 당하신 그 자비로우신 사랑과 은혜에 감사하며 나의 죄를 회개하는 계절이다. 어떤 분들은 한 끼 또는 정한 하루를 금식 또는 그 기간 동안 좋아하는 음식 한 가지를 안 먹는 등 근신하기도 한다.
경건한 마음으로 금년에도 사순절을 지내면서 70여 년 전 미국에 처음으로 와서 지낸 사순절과 부활절을 추억하며 그때 지난 일들을 되새겨 본다.

저는 한국전쟁 중 한국에서 봉사하신 Dr. Cassel의 도움으로 미국에 와 1952년 2월 펜실베이니아 주에 있는 작은 타운의 Lititz 고등학교 11학년에 다녔다. 그 때만 해도 공립학교에서는 등교 후 모든 학생은 자기 교실에 가서 반의 대표인 학생이 성경 몇 구절을 읽고 기도하고서야 하교 종이 울리면 각기 자기가 선택한 과목교실로 이동하였다. 점심시간에는 거의 전 학생이 교내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는데 사순절 첫날은 학생들이 전부 복도에 모여서 단체로 걸어서 인근에 있는 큰 Moravian Church로 가서 예배를 드린 후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공부를 했다.

저를 초대해주신 Dr. And Mrs. Cassel은 독실한 Church of Brethren 신자여서 저도 Lititz Brethren Church에 다녔다. Maundy Thursday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을 베푸신 날을 기념하여 Love Feast를 거행하고 서로의 발을 씻는다고 해서 교인이 약 500명이나 되는 교회인데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하여튼 내 발부터 깨끗이 씻고 참석했다. 교회에는 벌써 Mrs. Cassel이 아름답고 예쁜 옷차림으로 와 계셨고, Dr. Cassel은 교회 목사님이 서 계시는 앞 중앙에 서서 Love Feast 예식을 주관하고 계셨다. 나중에 알았는데 Dr. Cassel이 담임목사보다 서열이 더 위에 계셨다.

성 목요일(Maundy Thursday),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을 베푸신 날에 제자들의 발을 씻김으로 몸소 섬김과 사랑을 보여주신 날이다. 교회의 재직 여성들이 준비한 간단한 저녁식사를 예배실, 앞 벤치 뒤에 선반 같은 것을 내려놓고 먹은 후 다음 수족식에 갔었다. 여성들과 남성들이 집사님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벌써 대야에 물이 담겨있고 그 앞에는 수건을 든 여 집사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발을 씻은 다음 나를 꼭 껴안고 입을 맞추며 사랑한다고 하였다. 다시 올라와서 성찬식을 했는데 빵은 옆의 사람과 나누게 되었으며 와인 대신 포도주스를 마셨다. 참으로 엄숙한 성찬식이었다.
다음은 기다리든 기쁜 부활절을 맞이하여 새벽 Sunrise Service를 아름다운 Lititz Central Park에서 합동으로 그 타운의 여러 교회 성도들이 같이 예배드리고 저의 교회에 와서 남성들이 준비한 맛있는 조반을 먹었다.
Dr. Cassel 댁에는 5살 아들이 있었는데 Easter Basket을 집안 어디에 숨겨놓고 그것을 찾게 했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부활절을 상증하는 초콜릿 캔디와 색칠한 계란이 있었는데 계란은 새 생명을 상징한다. 부활 승천하신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우리 모두에게 새 생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정인숙 / 애쉬번,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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