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조용한 생활 즐기기

2023-03-23 (목) 김소연(새크라멘토 CBMC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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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가 되던 해에 “50부터는 인생관을 바꿔야 산다”라는 베스트셀러를 읽은 적이 있다. 그해 나름대로 나의 50대를 준비하고 싶어서였다. 이 책에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흥분된 것, 자극을 주는 것보다 지루한 시간들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저자는 지루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미 한국도 일본도 고령화시대에서 살고 있다. 고독사라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한국에 홀로 지내는 어머니가 계시기에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지는 주제이다. 전화드릴 때마다 어머니는 혼자 계신 것이 제일 두렵다는 말씀을 종종 하신다. 사람들과 만나고 할 때는 느끼지 못하지만 집에 덩그러니 혼자 계실 때 홀로라는 생각이 두려움으로 바뀌시는 것 같다. 젊어서 혼자 사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던 것은 젊음이라는 에너지 때문일 수도 있고 다음날 해야 할일이 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은퇴 이후의 삶은 다음날도 꼭 이루어야 하는 일이 없이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고 80세 이후는 더욱 다음날에 무슨 일이 있을까라는 기대보다는 지루하고 평안한 일상이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인 생활일 것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할 수 있는 일들에 제한이 생기고 흥미로운 일들도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날이 올 때를 대비해서 어떻게 하면 시간을 풍요롭게 보내며, 조용함을 즐길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소소한 일상을 즐거운 시간으로 만드는 것 중 하나는 계절의 변화에서 오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다. 지금 봄이라 그런지 형형색색의 꽃을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며 감탄하게 된다. 자연과 더불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지루함보다 평안함과 감사를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늘 있는 일상이지만, 어느 날은 집을 깨끗히 정리하고 커피 한잔 마실 때 정막하다기보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듯하여서 마음이 풍요해진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은 지루할 수 있지만 조용한 시간을 좀더 활용하면 나자신을 더 내실있게 보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다. 늦었다 생각말고 하고 싶었던 취미 활동을 하는 것은 또 어떨까?. 그림이나 음악, 등산 등 즐거움을 찾기에 충분할 듯하다. 침묵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365일 흘러가는 일상이 날마다 특별하게 무슨 일을 한다면 숨찰 것 같다.

차분하게 내면을 바라보는 사색의 시간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힘이 있다. 예전에 어느 초막 같은 오두막집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사진을 본 기억이 난다. 그 집의 밥냄새가 날 것 같은 평화로움이 보였다. 그 잔잔함이 오히려 마음을 따뜻하게 하며 입에서는 작은 미소가 지어졌던 기억이 난다. 활기찬 에너지도 좋지만 지루하지만 잔잔함 속에서 오는 조용한 에너지가 평안을 주는 것을 즐기는 것도 나이 들어가면서 가질 수 있는 좋은 것 중 하나인 것 같다.

<김소연(새크라멘토 CBMC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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