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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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벌써 오나 봐요

2023-03-12 (일) 이근혁 /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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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나도 모르게 지나갑니다. 웬일인가요? 올해는 눈이 왔었는지 알 수도 없이 추위도 많이 못 느끼며 지나가고 있어요. 눈 대신 비가 오네요. 올 겨울은 이렇게 지나가나 봅니다.내 나라는 눈이 많이 왔고 추웠다는데 올해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추운 날이 많이 없어요.
사계절이 같은 내 나라와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춘하추동이 있어서 내 마음을 계절과 같이 즐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잎사귀가 나오려 하고 꽃도 피었어요. 올해는 봄이 와도 봄이 온 줄 모를 거 같아요. 겨울 눈꽃이 몇 번 피어야 겨울이 지나며 봄꽃이 그리운 건데. 겨울답게 매운 한파도 다녀가면 좋은데요.

추위에 나쁜 균은 죽고 좋은 미생물은 숨어 있다가 나오며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게 이상 없이 돌아가는 자연의 순리인데 그런 게 없이 봄이 오나 봐요.인생도 마찬가진데요. 내 일생에 폭풍이 서너 번은 지나갔어요. 폭풍이 지나가야 새 봄이 훨씬 반가운데요. 그래서인지 지금 아주 꽃이 만발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조그만 눈보라라도 와야 폭풍이 지나간 거처럼 청명한 하늘을 기다릴 텐데요.
인생의 맛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무 일 없이 좋은 일만 있어서가 아니라 희로애락이 있어야 지난 후에 이루어놓은 것의 기쁨도 크고 보람을 느끼며 사듯이 추운 겨울이 지나야 새 봄의 기쁨이 클 것 같은데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지나가는 것도 괜찮지만 그래도 한겨울에는 엄동설한이 지나야 내 마음도 같이 얼었다 녹아요. 예쁜 꽃도 피고 우리의 봄날이 올 텐데요. 내 인생에 추위도 견디며 살아있어서 내가 이만큼 감사를 느낄 수 있습니다.
때가 되니 올해도 여지없이 예쁜 꽃이 피어나고 새잎도 돋아나며 모든 것이 봄처럼 맑고 희망차게 기운이 올라옵니다. 우리에게 아무 일이 없이 모두가 환하게 웃고 모든 것에 행복을 더 많이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넓은 땅 미국의 어느 지역은 한파가 밀려왔지만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는 모두가 평안히 순조로운 날씨에 행복해 합니다. 감사하는 느낌으로 우리의 인생에 봄날이 피고 있습니다.
바다에 큰 파도가 지나며 온갖 담겨져 있던 쓰레기를 치우지만, 흐르지 않는 잔잔한 호수도 맑고 청명한 기품이 있습니다.
봄이 오면서 내 마음에 내린 서리도 녹아내리겠지요. 철없이 내린 서리가 아직까지는 화초도 피질 못하지만 깨끗하게 지워지겠지요.

올 겨울은 나도 모르게 지나갑니다. 봄이 오고, 겨울이 지나가면서 내 마음에 내린 서리와 나쁜 것도 같이 갑니다. 이대로 겨울이 지나가나 봐요. 항시 춥고 눈이 내리는 곳도 있지만 사계절이 없이 지내는 곳도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입니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살아가야 하는 자연의 섭리입니다. 변화되는 자연의 일은 받아들이며 사는 겁니다. 내가 살다가는 세상의 일이나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내 마음대로 안 되며 감사할 뿐입니다.봄이 오면 꽃이 나오듯 내 마음은 올해도 내 마음의 활짝 핀 꽃을 기다립니다. 

<이근혁 /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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