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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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바람

2023-02-19 (일) 김미정 두란노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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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봉오리 진 꽃잎에
호 입김을 보내고

나무가지에 뾰족한
새싹에 입도 맞춘다

아장아장 마실 나온 아기의
뺨을 사알짝 스쳐가며


두뺨이 빨간 아기 엄마의
긴 머리카락 사이를
부드럽게 스쳐가기도 하지

빨간 열매를
따먹기 바쁜 한마리 새에게도
봄이 왔다고 속삭여주고

공원을 걷는 노부부 사이로
쌩 하고 차가운 바람을 일으키고
파란 하늘의 하얀 뭉게 구름도
이리저리 흐트려 놓는
심술을 부리기도 하지만

흙묻은 낙엽 쌓인 벤치도
한번의 큰 바람으로
깨끗하게 치워주기도 해

따뜻한 남쪽나라의
꽃향기 한아름 품고 와서
워싱턴의 하늘 아래
뿌려 놓으니

봄바람 스쳐가는 곳에
온갖 꽃들이 피어나네
겨울내 우울했던 아가씨
마음에 사랑의 꽃씨 하나
심어주고 가는

나는 봄바람

<김미정 두란노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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