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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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형석 박사님을 추모하며

2023-02-12 (일) 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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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벌써 반세기 전의 일이다. 필자는 서울내기이지만 워싱턴에서는 촌뜨기나 다름없는 신출내기였다. 새파란 30세의 청년이 겁도 없이 처자(신혼의 아내와 한 살 바기 어린 딸)를 데리고 이역만리 미국 땅을, 그것도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발을 내디뎠다.
이미 이곳에서 1960년대부터 유학생활을 해오고 있는 큰 형님의 인도로 처음 의학계의 대선배(비록 학교는 달라도)인 고 이형석 박사님 댁을 방문했다. 그때 뵈었던 첫 인상은 온화한 선비 같은 느낌이셨다. 그 후 의사회며 장학회, 일반 한인과 교회활동 등에서 비교적 자주 고인을 뵙고 지도를 받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그중 한 일화를 소개하면 이런 일이 있다. 집안의 대경사로 아드님의 혼사 일에 참새들의 예외 없는 입방아질이 있자 일갈하신 것이다. “자부(子婦)가 한국인이면 됐지 무슨 말들이 많느냐!” 그것도 온화한 선비의 태도를 보이셨다고 한다. 한국을 사랑한 진정 한국인이다.
한마디로 신사다운, 아니 참으로 인간다운 점잖은 분이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국에선 외과의사셨다지만, 오히려 미국에서의 의사생활은 병리학자로서 학자다운 자리가 오히려 더 격에 맞는 것 같았다.

이제 워싱턴의 올드 타이머들이 거의 타계들 하시는 중에 그래도 큰 기둥이셨던 이형석 박사님의 부음을 접하니 참으로 애석하고 마음이 너무도 공허해지는 것 같다.
필자도 올드 타이머의 막내 격으로 세계의 문화, 정치, 경제의 중심지인 미국 수도 워싱턴을사랑하는 남아있는 마음의 동지들을 좀 더 사랑하고 받들어 모시리라 다짐해본다.
이형석 박사님, 안녕히 가십시오. 언젠가 그곳에서 다시 뵈요.

<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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