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판이 염려했던 대로 신구 세력 간의 충돌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제 안된 잦은 말 실수에 더하여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거의 노골적인 국민선동, 전국투어, 박지원 등 몇몇 간신배의 말장난이 정치 저질화를 부채질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관이 걱정스럽다. 공식 발표나 기자회견도 아닌 자리에서 느닷없이 ‘핵무장론’을 언급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며 이 문제를 놓고 북한과 극한 대립을 하고 있는 마당에 불쑥 남한의 핵 무장 가능성을 주장하는 꼴이 되었다. 관련 부서 장관이나 정책 참모들과는 물론 공동방어를 함께 책임지고 있는 군사동맹국 미국과도 전혀 협의가 없었던 돌출발언이었다.
대통령의 발언은 한마디 한마디가 일파만파 전 국민 전 분야에 걸쳐 파급되기 마련이다. 때로는 그 충격이 전 세계로 번져 나갈 수도 있다. 각료급 장·차관이나 국·과장급 또는 각 부처 대변인이 해야 할 발언과 최고 지도자가 밝혀야 할 정책들이 구분 없이 아무나 떠들어 대면 국정 난맥상이 빚어지고 국민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 있었던 “UAE의 적은 ‘이란’이다”라는 망발 한마디가 평지풍파를 불러온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이 외교적 망발 한마디로 30조원에 달하는 거창한 외교성과를 단숨에 걷어차고 망신만 당한 꼴이 되지 않았나.
대통령이 측근 참모들의 조언을 외면하고 직설을 더 선호하여 ‘직구’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야구에서 직구(Fast ball)를 던지다 삼진 아웃 대신 홈런을 얻어맞고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경원 씨의 경우 본인 사퇴로 마무리하지 않고 구태여 ‘해임’으로 처리한 것도 대통령 개인감정 표출로 받아들여졌다. 조선일보와의 신년특집 기자회견도 뒷말이 무성하다.
부장급 중진기자 5명이 동원되었는데 내용 준비 메모 한 장 없이 회견을 마쳤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언론관이 매우 빈약한 것 같아 우려가 크다.
정치 말장난하면 자주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있다. 교언영색 곡학아세(巧言令色 曲學阿世), 요사스러운 말장난으로 세상을 어지럽히지 말고 지식을 악용하며 권력에 아첨하지 말라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단군이래 최대 부정비리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신분이다. 당대표 신분으로 수사받는 것이 억울하면 침착하게 해명할 준비를 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전국을 헤매며 ‘야당 탄압’, ‘검찰독재’ 구호를 외치며 국민선동, 반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는 자기 마음대로 검찰 출두 일자와 시간을 정하고 답변서도 일방적으로 작성해 가지고 정작 검찰에 가서는 묵비권을 행사,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것은 검찰권을 사실상 부정하는 반 헌법적 태도가 아닌가. 자기 마음대로 마음껏 반정부 노선을 구가해 가며 오히려 정권탄압이니 검찰 독재니 떠드는 것은 모두 합당치 않는 말장난이다.
아무런 죄 없이 순진하게 사는 일반 국민은 검찰을 두려워할 이유도 관심도 없다. 대개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 사람이 검찰청, 검사를 두려워하고 증오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대표는 경선 때 출마 발표를 하자마자 고향 안동으로 내려가 지역 차별을 호소하며 ‘백제필패론’을 거론했었다. 며칠 후 후보 토론회에서 이낙연 후보가 백제필패론의 발설을 추궁하자 대답 대신 “당신 지금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거냐”라고 이낙연 후보에게 지역감정 덮어 씌우기를 시도했던 말장난(반어법)의 달인 수준이다.
그는 대선 캠페인 때 TK지역에 내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고 운운했다가 동료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이틀 후 기자회견에서 “내가 박근혜를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심으로 존경하는 줄 아는 모양이요”하며 자신이 한 말을 뒤집기도 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말장난도 정치 질서를 혼란스럽게 하는 비난표적 일급 수준이다. 최근 박지원 전 원장은 한 모임에서 “이재명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나은 (훌륭한) 분(인물)”이라고 아첨을 했다. 그는 줄곧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업고 호가호위해왔던 인물이다. 입만 열면 “김대중 선생님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며 아버지처럼 받들고 모셔왔다”고 읊어 왔던 인물이다.
그가 부랴부랴 민주당에 입당한 것도 이재명 몰락 후를 내다본 간계가 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이제 박지원 전 원장은 조만간 ‘이재명 대표님이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패륜’마저 서슴지 않는 간농을 펼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정치인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요망스러운 정치인의 발언은 나라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요체가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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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