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꽃의 날
2023-01-31 (화)
레슬리 김 / 락빌, MD
온세상의 추위와 두려움, 염려
다 안다는 듯
하늘 속을 하얗게 채워
그득히 따뜻히 솜꽃이
마냥 모두를 덮어내리고 있다.
이렇게 눈 내리는 날은
하아얀 행성에 내려 앉은 여신이 되어,
세상이여 삶이여 잠시 잠잠하라
주문을 외워본다
모든 것이 멈춰선다
소란스런 차들의 드센 기침소리도
쉬지않고 보채대는 짜증난 전화소리도
우리의 야심도, 욕망도, 증오도,
달래보는 지친 몸짓들도.
이렇게 따뜻히 흰 솜꽃이 내리시는 날도
세년도어 스토니맨 산길 정상에 핀
애쉬 나무의 열매는 여지없이 서러이
빨갛게 혼자 여물어 있을까?
이런 날,
나의 행성에 내리는 흰 솜꽃들이
능선과 골짜기 사이 떨며 서 있는
가지들의 어깨와
외로워서 빨간 열매꽃을
소북소북 덮어가는 모습을
넉넉한 미소로 지켜보고싶다
솜꽃 가득한
청정한 허공을 올려보며
높이 높이 선 나목들 아래로
마음마저 온통 하얀 솜꽃에
하얗게 하얗게 물들며
마냥 그대로 서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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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리 김 / 락빌,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