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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 한도입법과 조세정책

2023-01-31 (화) 이계우 세계은행 은퇴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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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9일 미국 연방정부는 2021년 12월에 의회가 의결한 국가 부채한도액 31.4조달러에 이미 도달했다고 공표했다. 연방 재무장관 옐런은 매카시 하원의장에게 부채한도액 증가를 조속히 의결해 달라고 편지를 보냈고, 의회가 부채한도를 증가하기까지 정부가 더 버틸 수 있는 긴급조치를 취하였고, 이러한 긴급조치에도 불구하고 의회의 증액의결이 없으면 6월5일 전후로 미국정부는 파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도 의회가 조속히 부채한도 증가를 의결하지 않으면 미국정부와 달러가 신뢰를 잃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에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보도를 보고 나면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 왜 정부는 이렇게 급박하게 서두르는 반면, 의회는 늑장을 부리고 있는 것일까? 2022년 말 의원선거에서 근소한 표차로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은 국가부채 한도액을 증가해주는 대가로 바이든 정부가 지난 2년간 달성한 몇 가지 민주당의 중요 정책 법안의 집행을 가능한 축소하거나 지연시켜서 공화당의 목표인 ‘작은 정부’를 실현시키려고 한다. 이에 반하여 민주당은 국가부채 한도증액은 의회의 책무이며, 지출예산의 규모를 축소하려는 공화당과의 협상에 응할 의사가 없고, 오히려 모처럼 달성한 포괄적인 정책입법들을 조속히 집행하여 2024년의 대선에서 기선을 잡으려 하는 것 같다.


둘째, 왜 민주당 정부는 의회의 국가부채 한도액 안에서 예산을 세우고 집행하지 않고, 연이어서 한도액 증액을 요청하는가? 물론 바이든 정부도 민주당이 하원에서는 압도적 다수였지만, 상원에서는 여-야 동수여서 일시에 큰 한도액의 증액에 합의를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셋째, 그러면 왜 정부의 국가부채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가? 민주당의 주장은 이미 공화당 트럼프정부에서 부채가 급속히 증가하였고, 그것이 지난해에 경험한 높은 인플레이션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럼 사실을 체크해 보자. 트럼프 정부 4년간 국가 부채는 약 20조 달러에서 약 28조 달러로 40% 증가하였다. 그래서 GDP대비 국가부채의 비율이 2차대전 종전 후에 가장 높았다. 그 후 바이든 정부 2년간 국가부채는 31조 달러에 달해서 11% 늘어났다. 확실히 부채의 연 평균 증가속도에서는 트럼프정부가 바이든 정부의 2배에 달한다.

끝으로, 국가부채 증가 주요 요인이 무엇이었는가? 트럼프 정부는 2009년부터 시작된 미국 역사상 최장 호황기간의 끝 부분에 들어서서 경제적 호황을 누리다가 2020년초의 코비드19로 급격한 경제적 침체를 맞아서 허덕이다가 정권의 끝을 보았다. 따라서 침체경기의 위기에서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1조달러 이상의 경제적-후생적 지원으로 부채의 증가가 있었을 수밖에 없었다.

공화당 다수의 의회를 가졌던 트럼프 정부는 2017년말 조세감면 입법을 통하여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이를 통한 재정수입의 증가로 8년 후에는 국가부채를 전액 삭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불행하게도 트럼프 정부는 조세감면과 동시에 정부지출을 대폭 증가하여 집권 2년 후에는 재정적자가 50% 증가하여 1조 달러에 달했고, 국가부채도 급격히 증가하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조세감면정책이 포퓰리즘으로 사용된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달리 여러가지의 위기 속에서 시작하였다. 팬데믹 위기, 경제침체 위기, 기후위기, 인종갈등 위기 등등. 그리고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정책 입법에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루었다. 이미 상당한 지출을 마친 아메리카 위기구조법은 제외하더라도 인프라재건법, 기후변화에 대비한 비화석 연료로의 전환과 처방약값 감소 등을 위한 인플레이션 감소법, 전자칩과 과학법, 우크라이나 지원법 등은 앞으로 10년 사이에 3조 달러에 육박하는 지출을 동반하는 정책입법이다. 당연히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의 증가를 경험하게 되었고, 이러한 정책이 공화당의 주장같이 인플레이션의 한 요인이 되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는 재정적자와 부채의 감소에 보다 더 신경을 써야할 것이고, 부유층의 조세부담 증가 등 새로운 정책을 구현하여야 할 것이다.

<이계우 세계은행 은퇴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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