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 해(sun)가 밝았고, 2023년 새해(年, Age)가 열렸다. 새해맞이의 가장 큰 의미는 희망 설렘 기쁨이다.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를 맞이하자는 한 시인의 마음이 이런 마음일 것이다.
새해가 되면 너도나도 희망을 품고 가슴 부푼 플래너가 된다. 새해가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운 의례들이다. 누구는 새해의 각오를 담아 신년휘호를 쓰고, 누구는 자신과 가족을 위한 소원을 품고, 누구는 건강이나 인생의 성취를 위하여 소소하거나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 새해를 시작하며 자신과 세상을 위한 소원을 발원한다면, ‘양심(良心)을 양심(養心)하는 새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고 싶다.
지나간 모든 해들이 다 그러하듯이 새해 역시 희노애락, 우여곡절, 공사다망, 다사다난으로 채워질 것이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새해 지구촌 촌민들이 빚어내는 희비애환의 주체는 사람이며, 그 밑바탕은 우리의 마음일 것이다. 에두름 없이 말하면 내 마음이 한 해 나의 삶이며, 우리의 마음마음이 곧 한 해 세상의 만사다.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불교의 가르침이 있듯이 마음은 기독교를 비롯하여 모든 종교의 중심 영역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산상수훈에서 마음에 행복 여부와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느냐 여부가 달려있다고 가르치셨다. 구약성경의 시편과 잠언도 마음이 신앙의 요체이며 마음을 지키는 것이 복된 삶의 핵심임을 누누이 전하고 있다. 새해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를 든다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일지 싶다.
마음을 들여다 볼 때 참으로 고마운 분이 있다. 맹자(孟子, 372-289 B.C.)는 약 2,300여년 전 인간의 마음에서 ‘양심’의 개념을 처음으로 발견하였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에 내재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측은하고 애처롭게 여기는 마음(측은지심), 의롭지 못하거나 착하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수오지심), 이득이나 자리나 명예를 겸손히 사양하는 마음(사양지심),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시비지심)을 인간의 본성으로 보았고 이를 이름하여 하늘로부터 받은 마음 곧 ‘양심’이라 불렀다.
양심은 인간성의 바탕이자 인간을 하늘과 이어지게 하는 내재적 하늘이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오늘의 관점에서 “양심이란 어떠한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데 있어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 라고 정의하였다. 자신의 마음의 본바탕이요, 스스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지켜주고, 자신을 자신되게 하는 내면의 중심의 자리가 양심이다. 양심이 곧 나다.
이러함에도 ‘양심’이 외면 받거나 가볍게 취급되는 일이 허다하다. 양심의 소리를 애써 외면한다. 양심대로 살면 손해본다는 사회분위기도 다분하다.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인면수심의 잔인하고 추악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양심부재의 시대라 할만하다. 양심 곧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으니, 쉽게 분노하고 보복하고 냉소하고 좌절하고 폭력을 사용한다. 상대방을 무시하고 갑질하고 상처를 준다.
마음을 살펴야 한다. 마음을 지키고 닦고 길러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고요히 해야 한다. 양심부재의 시대에 자신을 지켜내고, 우리 모두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려면, 마음을 기르는 양심(養心)이 있어야한다. 새해, 양심을 양심하며 사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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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