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사람들이 다 아는 2명의 거인이 최근 별세하였다. 지난해 마지막 날 95세로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축구의 신(蹴神) 펠레이다. 인류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이들의 삶은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회자될 것이다. 그리고 서서히 잊혀갈 것이다. 새로운 사람이 계속 등장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업적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남긴 어록을 보면 그들의 삶이 보인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2005년 4월 교황 즉위 8년만인 2013년 건강 문제를 이유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가톨릭 역사상 600여년 전인 1415년 그레고리오 12세가 교황직에서 물러난 사례가 있을 뿐이었다. 교황직은 종신직으로 세상을 떠나서야 내려오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그는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명예교황’이 되어 10여년을 더 살았다.
2013년 2월10일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선언문 일부는 이렇다.
“이 시대의 급변하는 세상에서, 신앙생활의 중대한 문제들로 흔들리는 세상에서, 베드로 성인의 배를 이끌고 복음을 선포하려면 몸과 마음의 힘도 필요합니다. 지난 몇 달 사이에 저에게 맡겨진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힘이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정도로 제 자신이 너무 약해졌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 행위의 중대성을 잘 의식하고 온전한 자유로, 2005년 4월19일에 추기경님들 손으로 저에게 맡겨진 베드로 성인의 후계자인 교황의 직무를 사퇴하며, 이에 따라 2013년 2월28일 오후 8시부터 로마 주교좌, 성 베드로 좌는 공석이 되고, 관할권자들은 새 교황 선출을 위해 콘클라베를 소집해야 할 것으로 선언합니다.”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내려앉은 겸손과 용기가 높이 살 만하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즉위 1년 뒤인 2006년 8월29일 신자들을 향해 ‘믿음 안에 굳건히 서라’는 영적 유언을 남겼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잘못한 모든 사람에 온 마음을 다해 용서를 구한다”, “인생의 늦은 시기에 내가 살아온 수십 년을 되돌아보면 감사해야 할 이유가 얼마나 많은 지 알게된다.” 그리고, 교황의 마지막 말은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한마디였다고 한다. 이 말로 그의 삶 모든 것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작년 12월30일 82세를 일기로 사망한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 ‘축구를 위해 태어났다’고 할 정도로 개인통산 1,283골, 월드컵 통산 최다 우승(3회)으로 현대 축구사에 가장 위대한 인물이다. 그는 축구인으로서 자부심이 담긴 다양한 발언을 남겼다.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엄청난 노력과 인내, 배움, 학습, 희생, 무엇보다 자신이 하거나 배우는 것을 사랑하는데서 온다.” “열정이 전부다, 그것은 기타 줄처럼 팽팽하게 진동한다.” “베토벤이 음악을 쓰기위해 태어났고, 미켈란젤로가 미술을 위해 태어났듯 나는 축구를 위해 태어났다.” “성공은 몇 번이나 승리했느냐로 정해지지 않는다. 패배한 그 다음 주에 어떻게 플레이 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누구도 혼자서는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 등등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알려준다.
가장 멋진 말은 “가난에서 어린이를 구하는 것이 월드컵 결승전에서 골을 넣은 것보다 기분 좋은 일이다.”는 사회적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일 것이다. 그리고 임종 전 마지막 발언은 “사랑하고 사랑하라, 영원히”였다. 펠레는 워낙이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펠레, 이 두 사람이 2022년을 마감했다. 추모열기 속에 새해는 시작되었다. 세상을 밝은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한 이들, 자신의 삶을 사랑하면 함부로 살 수 없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이들이 남긴 뜻을 기억하자.
올 한해도 아이들이 태어날 것이고 젊은이는 나이를 먹어가고 노인들은 늙어갈 것이며 세상을 떠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세상살이가 재미있든, 힘들어 숨이 찰 정도이건 두사람이 남긴 어록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참고할 지혜의 한 자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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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