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성스러운 예수 그리스도의 성화

2022-12-30 (금) 대니얼 김 메릴랜드
크게 작게
예수의 모습은 성경에서 표현되어 있을 뿐, 그리스도의 실제 모습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중세기의 유럽에서 예술가들이 그리스도의 성스럽고 자비로운 모습을 그림으로, 조각으로 표현했다. 대가들이 그린 성화 중에 최고의 작품은 누구의 작품일까.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는 예수의 모습을 성경을 배경으로 해서 그의 상상력으로 사랑이 가득한 자비로운 그리스도의 모습을 그렸다.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그리스도의 참 모습을 그리기 위해 지방을 여행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심지어는 감옥을 방문해서 죄수들도 만났다. 가장 그리스도의 모습에 근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스케치해서 최후의 만찬의 성화에 담았다.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 때문일까. 순간순간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예감했을까. 그림 속의 예수의 모습은 제자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으로 가득한 어두운 모습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성화는 네덜란드 안트베르펜 대성당의 본당 한 가운데에 비치된 파울 루벤스가 그린 ‘예수의 십자가 하강’이다. 이 성화가 세상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선물했는지는 영화 ‘넬로와 플란더스의 개’에서 알 수가 있다.어린 시절 가난했던 넬로는 플란다스 지방의 안트베르펜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그의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두 사람은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개 파트리슈를 발견하고 키우게 된다. 화가의 꿈을 가지고 있던 넬로에게 불행이 닥치기 시작한다.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하고 돌봐주었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넬로가 그린 그림이 경연대회에서 심사과정에서 탈락된다.


설상가상으로 방앗간에 불이 나자 넬로가 방화범으로 누명을 쓰고 개 파트리슈와 함께 마을을 떠난다. 12월 초의 눈 내리는 추운 겨울 날, 친구 알루이즈의 아버지가 은행에서 대출받은 2천 프랑의 거액이 들어있는 돈 가방을 잃어버렸다. 파트리슈가 눈 속에 파묻혀있는 돈 가방을 발견한다. 넬로는 돈 가방을 알루이즈의 어머니에게 돌려주었다.

친구의 아버지 집에 셋방살이를 하던 넬로가 집주인 한스에게 편지를 썼다. “한스 아저씨, 남은 집세를 갚지 못해서 송구합니다. 남은 저의 개인 물건들을 빚 대신 드립니다. 엘리나 아주머니, 파트리슈를 부탁합니다. 안녕.”

넬로가 쓸쓸히 함박 눈길 속으로 사라진 후 안트워프 미술대회의 심사위원이 뒤늦게 넬로의 그림을 높이 재평가하고 넬로를 제자로 삼기위해 그의 셋방을 찾았다. 넬로가 이미 집을 떠난 후였다. 엘리나 아주머니를 뿌리치고 파트리슈가 넬로를 찾아나섰다. 파트리슈는 눈 속에 파묻혀 있는 넬로의 신발을 물고 성당으로 달려간다. 넬로는 자신이 그렇게 사랑했던 안트베르펜 대성당 안에 모셔진 파울 루벤스가 그린 ‘예수의 십자가 하강’을 바라보며 파트리슈와 함께 두 손을 모으고 예수님께 기도한다. 기아와 추위에 지친 넬로와 파트리슈는 싸늘한 성당 바닥에 쓰러졌다. 서로 몸을 꼭 껴안은 채 죽어갔다. 천국에서의 행복한 꿈을 꾸며.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대표작인 ‘십자가의 하강’의 특징은 그림의 4각 끝에서 x자형으로, 예수가 십자가에서 하강되는 마지막 순간을 성스럽게 묘사했다. 그림 양쪽에는 성모 마리아와 시몬이 예수님의 몸을 붙잡고 있고, x자의 중심에 예수의 얼굴을 밝은 색의 둥근 원 속에 속세를 초월한 성스럽고 자비로운 모습으로 표현했다.

나는 미켈란젤로의 불후의 명작인 ‘피에타’보다 ‘십자가 하강’을 더 좋아한다. 내 마음속에 형형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더욱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니얼 김 메릴랜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