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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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토끼해를 맞이하며

2022-12-29 (목) 전종준 /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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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 검은 호랑이가 떠날 준비를 하고 발 빠른 검은 토끼 계묘년이 뛰어오고 있다.
사람들은 연말이 되면 모두들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고 말하고 일년동안 있었던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모든 신문들은 10대뉴스를 발표하며 신문 일면을 장식한다.
누구에게나 소중했던 하루 하루였고 최선을 다하여 살았지만, 삶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고 고백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을 거란 생각이 든다. 누군가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남의 간이 썩는 거보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프다고….

맞다. 나의 일이 언제나 먼저일 수 밖에 없는 세상이다. 남의 잘못에는 긴 잣대를 대지만 자신의 잘못은 최고의 변명을 하며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전쟁과 질병 그리고 식을 줄 모르는 불경기를 경험하면서 세상은 어디로 가는건지 혼자 고민도 해보곤 한다. 그래도 우리는 사람을 통해서 힘을 얻기도 하고, 사람때문에 울기도 한다. 사람을 통해서 얻는 위로는 힘을 나게 하고 사람을 통해서 받는 상처는 가슴팍을 상처 나게 한다. 사람들은 다 필요에 의해서 만나고 그 필요가 끝나면 찬바람을 일으키며 돌아선다.

모든 인간 관계는 필요에 의해 좌우되는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필요’에 의해 모든 우선 순위가 바뀌어지는 것을 본다. 내가 필요하면 관계가 유지되나,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면 관계가 전과 같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서 필요는 이익과도 같은 말이다. 즉 나에게 이익이 없으면 관계도 없다는 뜻이다.
신기하게도 인생은 내가 누구와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한번 여러분의 옆을 보라. 이웃이나 친구도 필요하면 가까운 사이가 되고 필요가 없으면 관계없는 먼 사람들이 되는 거 아닌가?


새해부터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나의 필요보다는 상대방의 필요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필요를 미리 발견하고 그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관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친구의 개념도 많이 달라져서 과연 저 사람이 내가 필요한 사람인가를 보고 다가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런 관계는 친구로서도 오래 가지를 못하고 결국은 관계가 깨지고 둘 사이는 상처만 남게 되는 것을 보았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의 이웃”이라고 했듯이, 좋은 이웃,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저 따뜻한 인사 한마디, 이웃집, 또는 친구의 필요를 잠깐 신경 써 주는 것이 좋은 이웃, 좋은 친구로 친하게 지내는 비결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남의 필요을 본다는 것은 남의 필요를 이해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이해한다(understand)’ 라는 영어단어는 ‘under 아래에’ ‘stand 선다’ 즉 ‘남의 아래 서서 남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결국 남을 이해를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본다는 뜻이다.
이렇게 힘든 세상을 경험하며 사람들의 사랑과 이해가 더 그리워진다.

따뜻한 말 한마디, 계산하지 않는 다정함, 서로의 필요를 발견하고 채워주는 자상함이 그리운 것이다.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며, 서로의 이익을 나눌 수 있기에 하나가 되고 튼튼한 관계를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더 이해하고, 더 아껴주고, 더 따뜻한 말들이 오갔으면 좋겠다.
문득 동화 하나가 생각이 난다. 느릿 느릿 오는 거북이를 보며 낮잠 자던 토끼가 결국 꾸준히 오던 거북이에게 진 이야기 말이다. 2023년 토끼해를 맞아 느리게 오는 거북이의 등을 밀어주면서 같이 담소하고 같이 윈윈하는 토끼띠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전종준 /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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