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실을 풍자한 우화이자 로맨틱 코미디

2022-12-09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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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백인 족장’(The White Sheik) ★★★★½ (5개 만점)

진실을 풍자한 우화이자 로맨틱 코미디

페르난도가 완다를 끌어 안고 감언이설로 구애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의 1952년 산 첫 솔로 감독 작품으로 매력적이요 경쾌하고 곱고 우습고 재미 만점이다. 우리는 살면서 꿈이 필요하나 꿈은 결국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깨어지게 마련이라는 진실을 풍자한 우화이자 로맨틱 코미디다. 이와 함께 대중의 스타에 대한 열광을 다독이듯이 희롱하고 있다. 또 눈이 큰 배우들의 약간 과장된 연기도 아주 좋다.

고지식하고 보수적으로 로맨틱하곤 거리가 먼 시골 남자 이반 카빌로(레오폴도 트리에스테)와 그의 로맨틱하고 꿈 많은 신부 완다(브루넬라 보보)가 신혼 여행차 로마에 도착한다. 이반은 바티칸의 실력자인 삼촌을 비롯한 친척들에게 완다를 보여주고 또 교황을 면접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반이 호텔방에서 잠시 눈을 붙인 사이 완다가 호텔을 빠져 나온다. 완다가 구독하는 잡지 ‘푸메테’에 실린 ‘백인 족장’의 멋쟁이 주인공으로 루돌프 발렌티노를 연상시키는 백인 족장 역의 페르난도(알베르토 소르디)를 만나기 위해서다. ‘푸메테’는 2차 대전 후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만화로 그림 대신 실제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해 거기에 글을 달았는데 내용은 여성 팬들이 좋아하는 로맨틱한 소프 오페라.


완다는 ‘백인 족장’의 본부를 찾아갔다가 엉겁결에 제작진과 함께 촬영 현장인 바닷가로 간다. 그리고 거기서 페르난도를 만난다. 아름다운 완다가 자기의 열렬한 팬이라는 것을 안 페르난도는 완다를 보트에 태우고 바다 한 가운데로 나아가 자기는 아내에게 속아서 결혼했다는 등 온갖 감언이설로 완다를 유혹한다. 그러나 완다는 그의 이런 고백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크게 실망한다.

한편 이반은 혈안이 되어 완다를 찾지만 속수무책. 이반은 호텔방에서 완다를 기다리는 친척들에게 온갖 변명을 하면서 완다의 부재를 감추려고 애를 쓴다. 밤이 되도록 완다가 돌아오지 않자 고뇌에 빠진 이반은 울고불고 한숨을 쉬면서 자살까지 생각한다. 마침내 새벽에 완다가 호텔로 돌아오자 이반은 완다와 함께 바티칸 광장에서 자기들을 기다리는 친척들을 찾아 호텔을 나선다. 그리고 이반과 완다는 교황을 만나기 위해 교황청을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완다가 이반에게 “당신이 내 백인 족장이에요”라고 고백한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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