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할 수 있다면 여러 이유로 잘 걷지 못하거나, 금방 지치는 어른들이 여행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나의 경험을 올린다. 미국은 노약자를 위한 서비스가 많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이나 관광지 안내소에 준비된 휠체어 서비스를 이용하면 편하게 다닐 수 있다. 높은 곳에도 주차장이 있어서, 개인 휠체어를 준비하면 어디든 갈 수가 있다. 게다가 일행 중에 나처럼 핸디캡 주차증이 있으면 모두가 편하다.

수술 후에 주차증을 처음 받고 서글퍼 엉엉 울었지만, 이제는 보호받는 것 같아서 주차증을 행운의 부적처럼 묵주와 함께 걸어놓는다. 우선은 시니어를 위한 할인을 확인하고, 예약은 온라인으로 해서 줄 서지 말고, 우리 노인들에게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름으로 추가비용이 들더라도 언제라도 취소할 수 있게 예약한다.

입장 티켓은 평일 오전이 좋다. 어느 곳에 가도 아침 일찍 가면 주차도 쉽고, 매표소가 열기 전이라 공짜인 곳도 있으니, 복잡한 곳을 먼저 가고 대형버스나 관광객들이 오기 전에 떠나, 멋진 식당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점심을 먹고, 나머지 구경을 하고, 숙소에 일찍 들어가 수영장이나 스파를 이용하고, 저녁은 가까운 식당이나, 손주들은 못먹게 하던 MSG가 듬뿍든 라면, 불량식품, 과자를 맘껏 먹다가 자고, 다음날 퉁퉁 부어 누룽지와 해장국을 먹는다.

나와 친구들은 도토리처럼 고만고만하다. 우리끼리는 만날 때마다 언제나 그대로 하나도 안 변했다고 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무릎 수술한 나를 위해 기쁨조 공연으로 5년만에 다시 미국에 온 친구들은, 제일 빨빨거리던 나는 지팡이를 집어야 하고, 유방암을 이긴 친구는 보라색 염색머리로 멋져졌고, 허리 복대를 감은 사진작가 친구까지 모두 멀쩡하게 살아서 만나 반가왔다. 5주간의 미국여행을 기꺼이 허락해 준 남편, 할아버지, 늙은 오빠들께 감사할 뿐이다.

코로나19 전에는 뉴올리언스에서의 끈적끈적한 재즈, 내슈빌에선 컨트리뮤직에 빠진 집시, 멤피스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로큰롤까지 예약을 했지만 모두 취소하고,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다니니 아팠지만 즐거웠다.

뉴욕이 당연히 미국의 서울인 줄 알았던 친구와, 가이드를 따라다닌 엠파이어빌딩, 록펠러센터, 자유의 여신상, 소호, 센트럴파크, 차이나타운, 리틀이탈리아가 몇번은 그런대로 좋았지만 뉴욕은 언제나 바쁘고 뭔가 쫒기듯이 즐길 수가 없었다. 뉴욕의 불타는 밤을 즐긴다고 친구들은 객실로 올라가고, 주차장 찾아 떠난 남편을 기다리며 졸다가 올라가니 친구들은 이미 떡실신이다. 객실은 깨끗하나 아주 작았고, 한방에서 남녀 혼숙하려니 부끄러워할 거라던 우리는 제 각각 코를 골며 쓰러진 그대로 아주 잘 잤다.
다음날 재개발이 한창인 허드슨강 부두가를 따라 벌집 모양의 베슬이란 건축물과, 지금은 다니지 않는 고가철로를 공원으로 꾸민 길을 걸으며 친구의 주문대로 원없이 화보촬영을 했다. 낡고 오래된 건물을 부수지 않고 앤티크샵, 갤러리, 식당으로 바꾼걸 세계에서 배우러 오고, 볼티모어나 워싱턴DC도 뉴욕처럼 바뀌고 있다.

다음에는 맘마미야같은 뮤지컬을 졸면서 억지로 즐기지말고, 센트럴파크 잔디밭에서 열리는 음악회나, BTS의 팬클럽 아미가 되거나, 배철수 구창모가 뉴욕 공연을 오면 그때는 뉴욕에서 하루밤을 자며 뉴요커처럼 즐겨야겠다.

<박명희 / 전 한국학교 교사,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