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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제일 비싼 약

2022-12-07 (수) 신석윤 /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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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매일 같이 환자들에게 듣는 질문은 아마도 “왜 이렇게 약값이 비싸요?” 이다.
며칠 전에 캐나다에서 살고계신 한국분이 추수감사절을 맞이해 미국에 있는 친척을 만나러 오셨다. 그런데 미국 물이 몸에 맞지 않으셨는지 배탈이 나고 강아지 알러지가 있는 분이라서 눈에 충혈이 생기기 시작했다.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날 약국을 방문해서 눈약과 위장약을 가지고 가면서 불평 섞인 목소리로 “캐나다에서의 약값은 거의 공짜인데 왜 이렇게 미국은 비싼거야?” 라고 약국을 나가면서 마치 들어 보라는 듯이 크게 목소리를 높여서 말을 하고 나가셨다.
일단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미국을 뺀 나머지 국가들은 약의 유통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예를 들면 미국과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한국은 나라 즉 중앙정부가 모든 약값을 조정한다. 전 국민 건강보험에서 모든 약값의 정보를 얻어 내어 중앙 정부 건강보험공단에서 모든 약값을 결정을 하고 있고 또한 보험 적용 약과 비 보험약을 나누는 것도 건강보험 공단에서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미국은 자본주의 기본 개념인 시장 경쟁 즉, 공급과 수여에 따라서 결정을 하므로 중앙정부는 약값의 결정권이 없다.

예를 들자면 수년 전에 급성 알러지 환자들에게 쓰이는 에피펜이라는 주사약이 있다. 이 약은 땅콩이나 새우 그리고 벌 등에게 급성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은 빨리 약을 쓰지 않을 경우 생명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빨리 약을 써야 되는데 이 약이 바로 에피펜 한가지 밖에 없다.
이런 점을 악용한 돈 사냥꾼 한명이 이 약을 만들어내는 회사를 독점을 해버렸다. 그래서 그 당시 보험적용을 해서 10불이면 사는 주사약을 갑자기 500불 넘게 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이 사건은 국민들의 건강을 담보로 한 독점 가격결정으로 미국 의회에서 제약사 사장을 상대로 청문회까지 가는 아주 유명한 사건이었다.
이렇듯, 미국은 정부가 약값을 결정하지 않는다. 시장의 공급과 수요에 맡겨 버린다. 그래서 다른 국가들보다 약값이 비싸다.
보험회사들은 이런 약값을 줄이기 위해서 이런 비싼 약들을 보험회사에서 적용하지 않는다. 그러면 수요가 줄어들어서 차차 약 가격이 줄어든다. 하지만 오랫동안 약사로서 한 번도 약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못 보았던 같다.

그럼 미국에서 제일 비싼 약은 얼마나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척추근위증(SMA)에 쓰이는 약인데 몸의 유전자를 근원적으로 바꾸어서 척추 근육의 지속적인 수축을 막는 치료제이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이 들어 간 것으로도 유명한 이 약은 미국 식품의약청에서 허가되어 나오자마자 개발 제약 회사에서 가격을 한번 사용하는데 무려 210만 달러, 한화로 25억원에 책정이 되었다. 물론 보험회사에서는 보험 적용을 하지 않고 있다. 보험 가입 환자 중에 몇명만 이 약을 쓰게 될 경우 그 보험회사는 아마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제약 회사는 이 약을 쓰는 환자에게 5년에 $425,000씩 나누어서 약값을 갚아가도록 하는 페이먼트도 가지고 있다. 항상 이야기 하는 것이지만 약은 약사에게 물어 보는 것이 제일 현명한 방법이다.
문의 (703)495-3139

<신석윤 /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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