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참 빠르다. 작년 크리스마스 전날 고 이경주 시인(1928년 4월 1일- 2021년 12월 17일)의 고별 예배를 페어팩스 메모리얼 퓨너럴 홈에서 드렸는데 벌써 1년이 되었다.
고인이 숙사로 있던 일맥서숙 문하생들이 12월 3일 고인의 추모시 낭송회에 초대를 하여 주어서 참석하였다. 일맥서숙 황안 회장과 회원들이 스승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 풀어낸 뜻 깊은 자리였다. 메시야 장로교회 한세영 목사의 추모사와 최영권 신부님 작곡 이경주 작사, ‘어머니 기도 가시는 길’을 일맥서숙 회원들이 합창 하며 고인을 추모하였다.
고 이경주 시인은 중앙시니어센터에서 20여년간 문예반 강사로, 메시야 장로교회 평생교육원 그리고 일맥서숙에서 후배들을 지도하였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100세가 넘으신 제자 어르신이 “선생님” 하며 반겨 주실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고 보람이라며 기쁘게 봉사하셨던 분이다.
필자가 2002년 중앙시니어센터에 봉사자로 부름을 받아 갔을 때 벌써 문예반에는 은발의 시니어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고인은 20년을 계속 강단에 서서 강의를 하신 분이었다. 90세가 넘어서는 다리가 아파도 1시간을 서서 강의를 하시기에 때때로 잠시 앉아서 하셔도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서서 강의를 해야 정신통일이 되고 학생들에 대한 예의라고 말씀 할 때는 숙연한 마음까지 들었다. 자신은 물론 제자들에게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신 분이다.
아주 오래전에 컴퓨터 배우기를 갈망하시기에 고인의 이메일 주소와 패스워드를 만들어 드린 적이 있었다. 그 후 몇 번 연습을 하신 후에는 시를 써서 한국일보 등 언론매체에 보내고 중앙시니어센터의 뉴스레터 기사도 이메일에 첨부하여 보내 주었다.
작년 11월 마지막 이메일을 보내 주실 때, 떨리는 손으로 산소통을 짊어지고 마지막 이메일을 쓴다고 하시면서 이메일을 가르쳐 주어서 항상 감사했다고 인사를 하신 고 이경주 시인의 예의 바름에 감탄하였다. 그 이메일이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고 이경주 시인은 전시사관학교(육군종합학교) 워싱턴 전우회 임원을 역임하면서 ‘포탄도 피해가고 총알도 비껴갔다’ 는 여러 동지들의 시집을 편집, ‘6.25 실전 수기’에 이어 출판하며 6.25 전쟁 기록을 생생하게 남겨 두고 가셨다.
고인께서 중앙시니어센터 문예반 강사로 20여년 동안 섬길 때는 필자와 매주 만나서 점심식사도 함께 하고 커피 타임도 함께 하였다. 또한 워싱턴 문인회와 윤동주 문학회 등 모임에서 자주 만났던 필자의 문학과 인생 스승이시다. 최연홍 시인과 이병기 시인을 따라 이경주 시인도 하늘나라로 떠나가니 이 세상이 허전하고 쓸쓸해진다.
워싱턴복지상조회에서 함께 봉사할 때는 작은 문제점에도 소신껏 발언하여서 상조회 발전에 기여하였으며 회원이 천여명의 단체로 발전하는데 공이 큰 분이셨다.
워싱턴 지역 등 언론매체에 기고를 하여 세상의 불의를 질타하는 글을 자주 올려 올곧은 애국자로 대쪽 같은 인상을 남기셨다. 다시는 그런 글을 접하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안타깝다. 오늘 고인의 추모시 낭송회에서 필자가 쓴 고인을 추모하는 시를 낭송하였다.
“이경주 시인의 시는 세상의 암을 잘라내는 칼날이다.
20년 근속한 중앙시니어센터 문예반 강사직을 은퇴하고/베레모를 쓴 작은 체구를 버스에 싣고/은발의 제자들 배웅을 뒤로하고/ 천국으로 돌아가는 여행을 떠난다/ 후두암으로 투병중에도/ 제자들과 시를 논하며/ 죽는 날까지 시와 연애를 한다/ 그의 시는 푸르다/ 7순에 컴퓨터를 배워 시를 써서/ 신문사에 보내는 즐거움으로 살며/ 컴퓨터 인터넷을 사랑하여 이 세상을 떠나갈 때까지 / 유서를 쓰듯 떨리는 손으로 안부를 묻는다/ 그의 시는 푸르다/ 세상의 잘못을 질타하고/ 세상의 암을 잘라내는 칼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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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웅/ 페어팩스,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