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사람이 재산인 나라

2022-12-02 (금) 안세라(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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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가족과 함께 방문한 한국은,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경험했던 한국의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코로나 시대를 보내면서 그 문화도 여러 형태로 달라진 듯했다.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왔다는 안도감보다는 새로운 곳이라는 낯선 느낌이 많이 들었다. 공항 입국수속부터 모든 것이 QR코드로 이루어지고, 핸드폰 하나로 이뤄지는 세상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24시간 언제든 배달되는 세계각국의 요리와 서비스는 놀라웠고, 간단 명료하게 이뤄지는 행정업무의 속도와 정확도에 놀랐다. 스마트폰 하나로 이뤄지는 세상이란!

물론,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11월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따뜻했던 지난 주말,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노느라 옷을 흠뻑 젖히고 말았다. 바지가 다 젖은 아이들을 업어 쉬는 곳으로 데려와 젖은 바지를 벗겼더니 지나가시는 아주머니께서 갑자기 매고 있던 배낭을 내리셨다. 그러시더니 자신의 가방안에 있던 일회용 타올을 주시면서 아기가 차가운 바닥에 앉으면 추워서 감기에 걸릴테니 자신의 타올 위에 앉히라고 하셨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또다른 할머니께서는 남은 둘째아이 발에 묻은 흙을 마치 자신의 손주를 돌보듯 손으로 정성스럽게 털어주셨다. 어찌나 감사하고 또 감사하던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예전부터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인적 재산을 가진 나라’라는 생각을 했다. 중국처럼 넓은 땅을 가진 나라도 아니고,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라크처럼 땅 속에 풍부한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수준의 정보기술이 필요한 반도체 산업이나 IT산업이 발전하면서, 이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 다시 말해 인적자원만이 나라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제성장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 생활도 마찬가지다. 따뜻하고 똑똑한 한국사람들이 지금의 한국을 이루었다고 자부한다. 냄비근성이라는 비꼼 속에서도 타인의 기쁨을 내 기쁨인듯 축하하고 타인의 슬픔을 내 슬픔인듯 나눠가지고 타인의 곤란함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우리 한국인들이 나는 늘 자랑스러웠다. 이것이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발전 원동력이라 느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의 나라 대한민국이 여전히 인적 자산이 풍부한 나라임에, 사람이 그 무엇보다 크고 소중한 재산인 나라임에, 여전히 따뜻하고 똑똑한 국민들의 나라임에 새삼 감사했다.

<안세라(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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