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2013년생인 딸 김주애와 함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을 참관한 사진을 공개했다. 순박해 보이는 통통한 앳된 소녀가 살짝 웃음기를 머금고 어마무시한 살상무기를 앞에 두고 걷는 모습은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섬뜩함과 동시에, 감추지 못하고 비춰진 어색한 미소는 측은지심을 불러 일으켰다.
저 어린아이가 뭘 알고 저기 갔을까? 아마도 아이는 아빠와 손잡고 놀이공원이나 우주센터에 온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저 미사일이 고도 6,100km, 비행거리 1,000km, 음속의 22배인 마하 22의 속도로 날아, 30~45의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사거리가 1만5,000km에 달하여 미국본토 타격이 가능한 전쟁용이라는 것은 전혀 몰랐으리라. 만화에서나 보았던 우주여행이나 별을 탐사하러 떠나는 로켓의 꿈을 상상한 것은 아니었을까?
설마 아빠라는 사람이 세상 자상한 웃음으로 따뜻하게 맞잡은 손을 이끌어 무기 실험장으로 데려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할 것이다. 설령 초현실주의자인 남편은 그렇다 치더라도, 적어도 엄마 된 자는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봐야하지 않을까? 정말 저 모녀는 행복할까? 그래도 자신을 보호해주는 남자이니 맞춰주며 살자 했을까? 참으로 보기 불편한 사진들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을 생각하면 인간적으로 안 돼 보였던 때가 있었다. 김정일의 네 번째 부인인 북송 재일교포 무용수 출신인 고용희의 차남으로 태어나 서자 취급을 받으며 자라 어린 시절에 홀로 스위스로 유학을 떠나 외로움을 일찍 알았을 터이고, 27살의 새파란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2011년 동토의 왕국을 물려받았으니 막막함을 넘어 두려움에 떨기도 했을 것이다.
귀엽고 아담한 체형의 그가 권좌에 앉아 김일성 흉내를 내면서 살이 붙고 마침내 거대 비만으로 변해갔다. 사람 몸이라는 게 거짓말을 안 하는 법, 많은 성인병을 달고 살겠구나 싶었다. 특히 2013년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고 2017년 이복형인 김정남마저 암살을 감행했을 때에는 철부지 청년도 상황에 따라 6년만에 괴물이 될 수도 있구나 했다.
한편으로 김위원장이 처음 후계자로 지명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우선 젊기도 하고, 농담을 좋아하는 밝은 성격의 그가 스위스 유학시절에 분명히 유럽의 자유민주주의를 접했기 때문에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조직이나 시스템은 한 개인에 의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간과한 착각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자신만의 비전을 준비하고 숙성시킬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체제의 변화를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물려받은 권력을 수성하는데 급급한 상속자에 머물러야했다.
국정원은 저 사진들이 북한의 미래세대에 대한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연출이라고 한다. 그러나 핵보유와 핵개발이 권력세습을 위한 유일한 방법임을 자기 혈통에게 보여주며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업으로 이어 가겠다는 의도를 천명한 각본이라는 것이 보다 쉬운 설명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제 김정은도 제법 어엿한 최고 권력자의 폼이 난다.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큰 결단을 내려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며, 세계와 함께 성장하는 전기를 마련하는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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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김 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