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Z세대가 X세대를 길들이는 방법

2022-11-30 (수) 김선원(한국혁신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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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하나뿐인 우리아이는 한국에서 치면 고3으로 버클리의 공립고등학교 12학년이다. 11월 30일이면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University of California의 입학원서 마감 접수일이다. 마감접수일 전 마지막 토요일 밤에 아들이 변함없이 아르바이트로 다니는 캘리포니아 피자키친에서 저녁 시간 5시간 시프트를 끝낸 것을 데리고 들어왔다. 저녁 간식을 챙겨주고 식탁머리에 앉아 있자니 갑자기 아들녀석이 전화를 받는다. 전화기 저편에서는 변성기를 갓 지난 아들녀석 친구. 뭐라 얘기를 하는 지 들리지 않고 아들의 수락 메시지만 들린다. “yeah, I am down.” ‘야행’을 다녀오겠단다. 이 도련님은 아직 입학원서 준비의 마지막인 4번째 에세이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벌써 일주일째 붙잡고 있는 와중이었다. 게다가 엊그제는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통하는 베이브릿지 톨에서 무작위 총기 사건이 일어난 뉴스를 본 후였다. “아, 이 애는 정신이 있는 걸까?”

한국에 고3을 둔 동창 친구들의 생활은 숨이 막히게 빡빡하게 보내는 고3과 동거동락하느라 괴로워 보인다만, 나 또한 이렇게 태평한 인간들을 옆에서 보면서 등짝도 못 때리고 꿀밤도 못 먹여주고 애만 태워야 하는 것도 힘들다. 2020년부터는 수학능력시험 SAT 스코어없이 입학원서를 보겠다는 입시 정책변화로 아들녀석의 캘리포니아 고3 생활은 하릴없어 보여 숨이 막힌다. 틴에이저들의 두뇌 발달 구조는 올빼미형이 될 수밖에 없어 아침잠을 더 재워야 된다는 방침이 생겨 아침 8시 0교시가 없어졌다. 야간자율이란 제도는 모르기에 점심먹고 파하는 학교를 마치고 삼삼오오 스포츠 및 취미활동으로 바쁘다.

내 머릿속은 온통 저렇게 보내도 괜찮은가로 복잡하다. 아침 7시부터 학교로 등교하던 것도 모자라 밤 10시에 학교에서 돌아와 새벽까지 공부한다고 앉아있던 내 고3의 수험생 시절이 생각나 한숨이 나온다. 무엇이 옳은 것일까? 아이 아빠는 아들이 원서접수 끝나고 나면 나한테 다른 걱정거리가 없어서 자기가 걱정이라면서 농담한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붙잡고 시간을 오래 보내야 할 것은 아니고, 시간을 오래 보낸다고 성적이나 결과가 최상을 보장하지도 않는 것 아닌가. 아서라… 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과 생활방식은 기술의 발달로 상상도 못할 곳일 터인데, 내가 배운 대로 내가 해본 대로 하지 않는 듯 보이니 불안하다. 다시한번 믿어 보자고, 그 아이가 혼자서 해내도록 자기시간을 알아서 보내도록 말없이 지지하자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김선원(한국혁신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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