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거대하게 빛나는 보석

2022-11-28 (월) 레슬리 김/ 락빌, MD
크게 작게
하늘 저편, 누구나 그러하듯 푸르른 하늘을 보면 마음이 밝고 넓어진다. 희망도 생기고 이상도 꿈도 꾸게 되고 더하여 그 너머로 승천하신 예수님의 행방도 궁금해진다. 언제 어느 쪽 하늘에서 어느 모양의 구름을 타시고 재림하실까.
1958년 첫 우주선을 쏜 이래 인간들은 우주 정거장까지 세워가며 위성 시대의 경쟁에 돌입했다. 1969년 첫 달 탐사를 마치고 돌아온 닐 암스트롱과 둘의 우주 탐사자들. 영국 여왕의 부군인 필립스는 커다란 호기심과 기대로 그들을 왕궁에 초대해 면접했다.
“그 위에서 군들은 무엇을 보았나? 무엇을 느꼈나?”

그리곤 그만 입을 다물었다. 그토록 뛰어난 엔지니어들인 이들은 필립 경 질문의 깊이와 차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 뻔하기에.
2021년과 2022년은 우주여행 시대를 열고 싶어하던 거부들이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며 한판 경쟁을 붙이던 세기적 시대였다. 칠순을 훌쩍 넘긴 리차드 브랜슨의 버진 걀락틱의 첫 성공을 위시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엑스 크류 드래곤에는 한화로 무려 2,364억 원을 지불한 아이작먼이 탔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남성의 엄청난 자아를 상징하는 아주 괴짜로 웃기는 모양새를 한 블루 오리진으로 2021년과 2022년 4월에 카르마(지구와 우주경계의 무중력 공간)를 여행하고 왔다.

읠리엄 새트너는 명배우로 스타트랙 우주 공상 과학 TV 드라마에 중요한 역할로 장수 출연했다. 그런 만큼 그가 이 우주 여행 로켓에 탄 것은 아주 괄목할만한 것이었다. 후일 그는 왕복 10분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여행 감상문을 발표했다.
“사납도록 차가운 우주는 광활한 어둠과 두려움 그 자체였습니다. 난 그 속에서 지독한 두려움과 압도적 슬픔을 느꼈습니다. 반면에 우주에서 멀리 내려다본 지구는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보석처럼 푸르게 빛나는 그곳엔 양육하고 보듬는 어머니 같은 생명이 있었고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90세에 은퇴한 노배우의 증언은 그 어느 묵시록 보다 장엄하고 가치 있었습니다.
권위와 안위와 풍요로움과 존귀함, 고귀함을 함께 지닌 영국 여왕의 부군, 그러면서도 삶은 항상 불공평하고 불안전하며 조바심과 불안감과 질투와 허무와 초조함에 시달리며 이 생애가 삶이 그리도 충족치 않았던 이 왕족, 아폴로 11호로 달을 다녀온 닐 암스트롱에게 그리도 듣고 싶어 했던 증언은 바로 “그곳엔 천국의 빛과 우주의 그늘이 있었습니다.”가 아니었을까?

이 사납도록 차갑고 압도적으로 두려운 천체에서 홀로 아름다운 보석처럼 빛나는 이 따뜻하고 생명체가 가득한 이 ‘별’, 이 ‘지구’.
인간들의 욕망이 이루어낸 전쟁과 질병과 기아와 불평등과 그리고 자연보호 등은 그러나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 극복해나가야 할 기본적, 치명적, 사명이겠지만, 오늘도 우리는 지극히 축자들로 보석같은 진귀하고 특별한 이곳에 쉬며 머무르며 삶과 사랑과 생명과 아름다움을 누릴 특권을 무감각하게 누리고 있다.
이 햇살이 가득한 아침, 따뜻한 식탁 앞에서 머리 숙여 기도한다. 감사합니다!

<레슬리 김/ 락빌, MD>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