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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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 없는 비명에…

2022-11-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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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합창소리가 여전히 귓전을 맴돌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어느덧 입동(立冬)도 지났다. 새삼 캘린더에 눈이 간다.

빨간 색으로 표시돼 있는 ’Thanksgiving Day’. 또 다시 맞는 감사의 계절…. 한 해가 또 이렇게 지나가는구나하는 상념이 스친다.

동시에 떠올려지는 것은 구세군의 빨강색 자선냄비에, 크리스마스에서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대목을 알리는 화려한 쇼 윈도우다.


분주하고, 들뜨기 쉬운 계절이다. 그 감사의 계절이 올해의 경우 월드컵 열기로 진작부터 달아올랐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20일 개막, 29일 간의 열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하필 추수감사절 날인 24일 한국과 우르과이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인지 특히 그런 느낌이다.

관심과 시선은 이처럼 월드컵에, 연말연시 대목에 온통 쏠려 있는 것 같다. 그 가운데 소리 없는 비명이 들려오고 있다.

영혼이 탈탈 털린다. 투옥에 고문은 예사다. 목이 잘리고 살아있는 채 장기가 절제된다. 지구촌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종교자유 박해, 그 현장에서 전해지는 소리들이다.

“외래 종교, 그러니까 기독교나 이슬람교를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그 외래 종교가 뿌리를 내려 장래 화근이 되지 않도록 그 싹부터 잘라내는 거다. 그 일환에 따라 중국공산당국은 종교지도자들을 사전 검거, 투옥시키고 있고 그 종교문화유산 근절에 나서고 있다.”

중국 신장성의 위구르 인종청소 진상을 파헤치고 있는 위그르 휴먼라이트 프로젝트의 보고를 인용한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보도다.

2006년이었나. 중국공산당은 파륜궁 일제 탄압에 나서 투옥된 파륜궁 멤버들의 장기를 강제로 적출해 판매를 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온 것이.


끔찍한 스토리는 그로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공권력에 의한 장기적출판매는. 파륜궁 뿐이 아니라 박해받고 있는 중국의 전체 소수계 종교인을 타깃으로 지속적으로 자행되어온 것으로 유엔의 관계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는 것.

신장 위구르 자치구 전역의 강제 수용소에서도 이 같은 잔학행위가 이루어져 최소한 2만5,000에서 5만 명의 위구르인들이 장기적출 희생자로 사망을 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기독교에 대한 중국당국의 박해도 날로 가중되고 있다. 그 중 박해가 특히 심한 곳은 홍콩이다. 공산당의 지침을 따르지 않는다. 그러면 그 천주교 회당의 십자가는 철거되고 예수의 초상은 시진핑의 포스터로 대체된다.

그뿐이 아니다. 기독교의 가르침을 ‘애국’이란 이름하에 공산당에 우선적으로 충성하도록 수정을 강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따르지 않으면 처벌한다. 이런 식으로 공산당은 홍콩의 기독교학교 교과과정까지 바꾸어나가고 있다는 보고다.

종교적 박해는 중국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종교박해, 그 중에서도 기독교 박해에 있어 계속 전 세계 1위의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기독교와 회교도 간의 내전상황에서 납치에, 목 자르기 등 온갖 만행이 저질러지고 있다. 그리고 탈레반이 되돌아온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소수 종교에 대한 전천후적인 박해가 이루어지면서 종교난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보도의 초점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참상에 세계가 관심을 기울여달라는 것이다. 그 소리 없는 비명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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