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방위군 총격범, CIA가 키운 아프간 對테러부대 활동 전력

2025-11-27 (목) 01: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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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침해 논란속 탈레반 상대한 제로부대 활동하다 4년전 미군과 함께 철수

백악관 인근에서 주방위군 군인들을 공격한 아프가니스탄 국적 남성의 신원이 공개되면서 그가 과거 미군과 협력해 탈레반과 싸운 아프간 군인 출신이라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제닌 피로 워싱턴DC 검사장은 27일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에서 전날 워싱턴DC에서 주방위군 2명에 총격을 가한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 국적 남성 라마눌라 라칸왈(29)이라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라칸왈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조직·훈련하고 아프간인들로 구성된 대테러 부대인 '제로 부대'(Zero Units) 소속으로 활동했다.


제로 부대는 아프간에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도와 탈레반 등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습격해 체포·살해하는 전투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각종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는 지적을 받는 등 잔인함으로 악명 높았으며 언론인과 인권단체들은 그들을 "처형단"(death squads)이라 불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019년 보고서에서 제로 부대가 "적법 절차 없는 처형, 강제 실종, 무차별 공습, 의료시설 공격과 기타 국제인도주의법 위반"에 책임이 있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CIA는 제로 부대의 잔혹 행위를 부인하며 탈레반의 선전이라고 주장해왔다.

라칸왈의 구체적인 복무 내용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는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서 활동했다.

NYT는 라칸왈의 어릴 적 친구를 인터뷰해 라칸왈이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고 있었으며 제로 부대가 일으킨 인명 피해 때문에 불안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라칸왈은 CIA와 협력한 전력 덕분에 미군이 2021년 아프간에서 철수할 때 같이 빠져나올 수 있었다.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아프간 철군을 약속했으며 실제 철군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뤄졌다.

당시 미군 철수를 앞두고 탈레반이 공세를 강화하자 아프간 정규군은 속절없이 무너졌고, 탈레반을 두려워한 아프간 국민 수만명이 나라에서 탈출하려고 공항으로 몰려들면서 대혼란이 벌어졌다.

제로 부대는 미국 시민과 아프간 협력자들의 피난을 돕는 등 미군 철수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아프간에 남을 경우 탈레반의 보복이 확실시됐기에 부대원 다수가 미국으로 대피했다고 전·현직 당국자들이 NYT에 전했다.

ABC뉴스에 따르면 라칸왈은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에 미국으로 데려온 아프간 난민 7만6천명 중 한명이며 그는 작년에 미국에 망명을 신청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인 지난 4월 망명을 허가받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라칸왈 같은 아프간 협력자 수만명을 미국으로 데려오면서 미국에 위협이 될 가능성 등 신원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아프간 철수가 워낙 다급하게 충분한 준비 없이 이뤄졌기에 신원 검증에 대한 우려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제기됐으며, 2022년 국토안보부(DHS) 감사 보고서에서 일부 부실 검증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으로 피난 온 아프간 협력자들을 대변하는 단체인 '#아프간대피'(#Afghan Evac)는 전날 성명에서 이번 총격이 아프간 사회 전체를 반영하지 않는다면서 "아프간 출신자 공동체는 계속해서 미국 전역에서 기여하고 있으며, 그 어느 이민자 집단보다 가장 대대적인 검증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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