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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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단풍

2022-11-20 (일) 이근혁 /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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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쁩니다. 아름다움에 모두가 좋아하는 것 같은데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꽃에는 향기가 납니다. 기쁜 마음으로 나를 설레게 하고 단풍은 내 가슴을 누르며 떨어져 가는 잎사귀에서 나의 새롭게 가야할 곳을 알아서 서글프고 쓸쓸합니다. 나도 모르게 감사함이 저절로 나오게 합니다.
꽃의 아름다움은 떨어지면 그만 아무도 주워가지 않는데 예쁘게 물든 낙엽은 책갈피에 간직을 하듯이 잘 살아온 인생은 멋있게 익어서 남길 수 있습니다.

자연의 변화에 반가워하는 차이도 많습니다. 같이 늙어서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은 같은데 받아 들이는 사람에 여자는 봄의 꽃에 마음이 들뜨고 남자는 누렇게 변화되는 나뭇잎에 마음이 아리고 시려서 쓸쓸한 마음을 견디며 즐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봄은 여인의 계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강인한 척 살던 남자는 연약하고 감성적이 되며, 여성은 튼튼한 마음으로 잘 다스리며 살아갑니다.

꽃은 새 생명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피는 아름다움이라면 단풍은 마감을 알리며 새로운 길의 시작을 암시해주며 떨어지는 새로운 생명의 알림 입니다. 둘 다 아름다움의 시작이라면 어디가 더 아름다운 지는 집안에 태어나는 손주의 예쁨과 집안의 어른으로 품위 있게 살아주신 게 다른 점입니다. 둘 다 아름답고 예쁜 세상을 밝히는 불이며 앞날을 알리는 등불입니다.


봄의 파릇하게 올라오는 잎사귀와 꽃들만 예쁜 줄 알던 것들이 지나며 보이는 온 산 천하에 퍼져있는 잎사귀는 비바람에 견디며 지키다가 할 일 다 하고 떨어져가는 낙엽에 내 목숨과 견줄만합니다.
세상의 모든 자연에 아름다움이 있듯이 우리 하나 하나의 못 살은 듯 하여도 내 역할하며 풍상을 겪으며 희로애락이 있음이 낙엽과 나는 어찌 이렇게 같을 수 있을까요.

찬양합시다. 지나다니며 보이는 낙엽을…. 수고했다고. 올 한해 잘 지내다가 뒤를 위해 떨어져서 거름으로 썩을 줄 아는 그런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우리 또한 닮은 모습이 되어 아름다움을 남기기를….

<이근혁 /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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